대통령 지지율 20%는 국정 운영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통상 20% 선이 깨져 10%대로 접어들면 대통령 발언에 힘이 떨어져 의제 설정 기능이 현저히 약해지고, 일선 공무원조차 움직이기 어려워져서다. 지지율 10%대 늪에 빠진 역대 모든 정부가 대국민 사과, 전면적인 인적 쇄신, 정책 드라이브 등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모색한 이유다.

20% 밑으로 떨어진 尹 지지율…당정 '반전카드' 고심
정치권에선 지난주 지지율 19%를 기록한 윤석열 대통령도 국면 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민정부 이후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중 지지율 10%대를 경험했다. 이 중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사례로 거론된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4년차인 2006년 3분기에 지지율이 16%로 처음 10%대로 떨어진 뒤 4분기 12%까지 추락했다. 서울 아파트값 폭등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2007년 1월 대국민 특별담화를 열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해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이는 지지율 상승의 모멘텀이 됐고, 같은 해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면서 지지율 20%대를 회복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4년차 말기인 2012년 초부터 지지율이 20%에 머물렀다. 그러다 임기 5년차 중간인 2012년 7월에 처음 10%대로 추락한 데 이어 8월 1주차 17%까지 주저앉았다. 차기 대선 주자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상한 데 이어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저축은행 등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7월 이 전 부의장이 구속된 지 2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어 8월 10일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며 8월 5주차 지지율 28%를 회복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야당에서도 “국민에게 환영받을 일”(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국민들의 지지 여론이 높았다.

지지율 반등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 3월 중순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자 고건 국무총리를 내정하고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내용의 전면 개각을 단행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김 전 대통령은 지지율 6%로 임기를 마쳤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4주차 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했다. 최순실 씨의 비선 실세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를 한 시기다. 그럼에도 최씨의 국정농단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지지율은 1주일 만에 5%로 급락했다. 이후 11월 4주차에 4%로 떨어진 뒤 탄핵 소추당했다.

대통령실은 여당과 함께 민심을 수습할 포괄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 추진과 정책 홍보에 힘을 쏟는 한편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 방안도 고심 중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용산에서도 여러 관계자의 말을 듣고 있다.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대응도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며 “포괄적인 대응에 대해 당과 대통령실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 여사가 사과를 통해 여론을 수습할 단계는 지난 것 같다”며 “공개 활동 자제를 넘어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