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의 프랜차이즈 진출, 축복인가 재앙인가 [이인석의 공정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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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잇따라 F&B 프랜차이즈 진출
본부-가맹점주 '로열티 구조' 절실
단기 수익 추구 PEF와 엇박자 우려
본부-가맹점주 '로열티 구조' 절실
단기 수익 추구 PEF와 엇박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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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소식이 주식시장에서 연일 화제다. PEF와 재벌 간 경영권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침체한 시장 분위기와 달리 PEF에 대한 관심은 연일 높아지고 있다. PEF 제도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인 2004년경이다. 외국 자본에 대항하는 국내 자본을 육성한다는 취지였다. PEF는 이후 기업지배권(의결권)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국내 기관 전용 PEF의 수는 1126개, 약정액은 136조4000억원(약정이행액 98조9000억원)에 달한다. 2016년에 비해 PEF는 3배 이상, 약정액은 2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최근에는 식음료(F&B) 프랜차이즈로 투자 대상이 확대하면서 PEF와 민생과의 접점도 커지는 중이다. PEF 제도는 민간에 흩어진 부동자금을 끌어모아 투자자금으로 만든다는 순기능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투자 대상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영권 거래가 용이해진다.
치킨·커피 가격↑… "서민 물가만 올라"
PEF는 어느새 자본시장의 첨병이 됐지만,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기대수익을 달성한 기업을 되팔아 투자액을 회수하면 투자 대상 기업은 빈껍데기만 남는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F&B로 투자 대상을 확대한 PEF를 두고도 여러 뒷말이 나온다. F&B 품목은 서민물가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PEF가 대주주로 있는 F&B 프랜차이즈가 단기 수익을 높이기 위해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실제 오케스트라 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KFC는 인수한 지 한 달 만에 버거류와 치킨류 가격을 인상했다. MBK가 인수한 BHC도 국내산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브라질산 닭을 공급하면서 가격을 올려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다른 PEF 운용사인 칼라일이 인수한 투썸플레이스도 2년 동안 세 차례나 가격을 인상했다. 우윤파트너스 등이 소유한 메가커피는 F&B 프랜차이즈가 서민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가격 인상 대신 광고비와 판촉비를 가맹점에 전가해 비용을 줄인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유통마진 줄인 '로열티 구조'... 상생 추구해야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은 특별한 노하우 없이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 노하우를 빌려 창업이 가능하다. 소자본 무경험 창업을 원하는 서민층의 관심이 높다.가맹본부 입장에서도 가맹점주의 비용으로 전국적인 유통망을 쉽게 확충할 수 있어 직영점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리스크를 가맹점주에게 분산시킨다는 점도 장점이다. 소비자는 표준화·규격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가 장기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상생 협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협력을 통해 소비자 매출을 극대화하고 이익을 가맹점과 공유하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가맹점에 필수품목의 구입을 강제하면서 필수품목의 구입 원가에 소위 '물대'로 불리는 유통마진을 붙여 가맹점으로부터 차액가맹금을 챙기는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대신 가맹점에는 구입 원가 그대로 원재료를 공급하고, 소비자 매출과 구입 원가 간 차액을 가맹점과 공유하는 방식(로열티 구조)을 도입해야 한다.
공정위도 PEF '예의주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의 수익구조를 이익에 기반한 로열티 구조로 선진화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랜차이즈의 발원지인 미국에서도 매출 이익 등을 기반으로 브랜드 로열티를 정하는 방식으로 프랜차이즈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그러나 국내에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들은 아직 대부분 가맹점을 상대로 수익을 거두어들이는 사업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경향이 짙은 PEF가 F&B 프랜차이즈로 진출하면서 이 경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가맹점으로부터 바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후방에 있는 소비자로부터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단기 수익화에 더 유리해 보이기 때문이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PEF의 기본적인 사업구조가 프랜차이즈의 장기적 발전에 필요한 로열티 구조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있다. 실제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맹사업과 관련한 분쟁도 PEF가 운영하는 F&B 프랜차이즈에 집중된다고 하니 기우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했는지 최근 공정위가 PEF가 소유한 F&B 프랜차이즈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실제로 올 초에는 공정위가 MBK가 운영하는 BHC 본사와 우윤파트너스 등이 운영하는 메가커피 본사에 대해 직권조사를 개시했다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F&B 프랜차이즈는 여러모로 서민의 삶과 맞닿은 부분이 많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서민 창업자 입장에서도 그렇다. 자본시장의 첨병인 PEF와 F&B 프랜차이즈라는 부자연스러운 조합의 상생 방정식을 풀면 PEF의 프랜차이즈 진출은 축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이인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I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제27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서울남부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등 23년간 법원에서 경력을 쌓았다. 법원행정처 형사심의관, 공정거래 판결작성실무 집필위원 등도 역임했다. 2021년 법무법인 광장에서 공정거래그룹장을 맡아 공정거래를 비롯한 각종 기업 관련 송무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현재 법무법인 YK의 대표변호사이자 공정거래그룹장으로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