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펀드 위탁 운용사 해임 잇따라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이사가 학력과 경력을 위조하거나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하는 등 잇단 논란으로 신뢰를 잃으며 펀드 위탁운용사(GP) 지위를 잃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GP 관리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이들에 자금을 대는 출자기관들도 위기의식이 커졌다. 금융당국까지 관리 감독에 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문제되는 GP가 해임되는 사례는 잇따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3000억원 안팎 자금을 굴리는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 오케스트라어드바이저스코리아(오케스트라)가 광고회사인 비전홀딩스 인수를 위해 결성한 펀드의 GP 지위를 지난달 잃었다. MG새마을금고, 신한캐피탈, DGB금융 등 출자자(LP)들이 지난달 사원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오케스트라의 해임을 결의했다. AUT파트너스가 새로운 GP로 선임돼 지위를 물려받았다.

오케스트라는 2018년 비전홀딩스 인수 직후부터 부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LP들과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해 매출이 296억원으로 전년(215억원)보다 소폭 올랐으나 올해는 3분의 1 토막이 유력시되는 만큼 심각한 경영난 상태로 전해졌다. 영업손실은 인수 이후 줄곧 적자 신세다. 2022년 18억원에서 작년 41억원으로 손실 폭을 키웠고 올해는 이보다 더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영 관리에 불만이 쌓이던 와중 이 운용사의 대주주이자 전직 대표이사가 포트폴리오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무단으로 이전시킨 혐의로 경찰 조사가 착수됐다. 계속되는 잡음에 신뢰를 잃자 LP들은 결별을 선언했다.

2021년 설립된 신생 PEF 운용사인 DCP PE도 지난달 대표이사에 학력·경력 위조 논란이 불거지면서 운용 중이던 펀드의 GP에서 해임됐다. 대표가 의혹들을 해명하지 못하자 지난달 사원총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결단을 내렸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GP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조속히 해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DCP PE에 이은 새 GP는 그래비티PE다.

그간 투자업계에선 GP가 논란을 빚더라도 해임되는 사례가 흔치 않았다. 오케스트라의 경우에도 2년 전부터 일부 LP를 중심으로 해임을 논의했지만 만장일치를 얻지 못하며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기관투자자 사이 달라진 기조가 눈에 띄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PEF 대표의 모럴 해저드가 도마위에 올랐다. PEF들이 금융감독원에 운용사로 등록할 때 대표의 학력과 이력을 제출하지만 별도의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허점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최근 5개년도 경력은 요구하지만 전체 경력에 대해선 별도로 검증하지 않고 있다. 매해 운용사 대표를 포함해 핵심 운용역 이력도 보고받지만 이 또한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치러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PEF 대표의 이력 확인 등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수사기관이 확인하는 수준까지 못하고 있는 건 맞다”며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PEF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아지면서 GP 관리에 대한 LP들의 위기의식이 커진 상태”라며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선관주의 의무를 저버리는 운용사들은 과감하게 해임시키는 사례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