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어 책 48권 낸 최성은 "문학 번역은 뇌와 심장의 협동…AI는 결코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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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폴란드어 번역 1인자 최성은 한국외대 교수
폴란드어 번역 책 총 48권, 폴란드 대통령 훈장 수훈
2018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 작품 국내 첫 소개
"폴란드는 한국과 역사 유사해"
폴란드어 번역 책 총 48권, 폴란드 대통령 훈장 수훈
2018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 작품 국내 첫 소개
"폴란드는 한국과 역사 유사해"

국내 폴란드 문학 번역 1인자로 꼽히는 최성은 한국외대 교수(53·사진)는 서울 신사동 민음사 사옥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얼마 전 방한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으로부터 폴란드어와 폴란드 문학을 한국에 널리 알린 공로로 십자장교 공훈훈장을 수훈했다. 그는 최근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의 단편집 <기묘한 이야기들>을 번역했다.
최 교수는 1989년 한국과 폴란드가 수교를 맺은 이듬해 국내에서 유일한 한국외대 폴란드어과에 입학했다. 폴란드 바르샤바대로 유학을 떠나 한국인 최초로 폴란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 교수는 "당시 소개하고 싶은 좋은 작품이 많았는데 국내에 번역된 건 영어나 일어, 독어 등을 중역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며 "한국에 돌아와 출판사 여러 곳의 문을 직접 두드렸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2007년부터 17년 동안 번역한 폴란드 문학은 40권에 달한다. 국내 문학을 폴란드어로 번역한 책도 8권이다.

폴란드어는 7개의 격(품사)과 3개의 성(性)을 가지고 있어 배우기 쉽지 않은 언어로 알려져있다. 단어 하나가 나타내는 정보가 많아 한국어로 풀어 설명하면 분량이 늘어날 정도다. 최 교수는 "같은 유럽 문화권이라면 문화와 용어가 비슷해 번역할 단어를 찾기 쉬운 편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번역하다 중간에 늘 길을 잃고 헤매는 '의미의 회색지대'에 도착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럴 땐 나무 대신 숲을 본다고. 단어와 문장 하나에 천착하지 않고 작품 전체에 녹아 있는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낸다.

폴란드 문학은 막상 읽어 보면 익숙한 점이 많다고 한다. 최 교수는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독일과 러시아의 외침을 겪는 등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다"며 "문학에서도 굉장히 많은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가깝게 느껴지는 지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중심'이 전세계적인 트렌드인 만큼 폴란드어와 한국어 등 이른바 비주류 언어로 쓰여진 문학이 갈수록 주목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