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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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멕시코 채권'으로 수십억 당했다…교묘해진 '채권 투자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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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 교과서 <11>

이론·실전편, 멕시코 페맥스 채권 사기
가짜 홈페이지 만들어 투자자 현혹

유튜브와 블로그 등 통해 홍보
국내 증권사 중개 없이 투자했다간 낭패
법인명 가상계좌도 주의…사기 가능성 높아


"연수익률 17.6%"

이 수익률만 믿고 덜컥 투자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멕시코 회사채에 투자하겠다며 글로벌 3대 신탁은행인 미국의 노던트러스트를 사칭하는 등 채권 시장에서 신종 투자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실제 노던트러스트 홈페이지를 복제한 한국어 가짜 사이트까지 만들어 투자자를 현혹했다.

채권 투자자라면 한 번쯤 멕시코와 같은 신흥국 국채에 관심을 가졌을 법 하다. 멕시코의 기준금리는 연 10.50%에 달한다. 아르헨티나의 금리는 연 35% 수준이다. 한국이나 미국 기준금리와 비교해 10배가량 높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1억원을 투자한다면 1년 만에 3500만원을 더 얹어 돌려준다는 얘기다.

기준금리 35%, 신흥국 투자 주의보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멕시코나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금융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원금 전액 손실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자산이기 때문에 개인이 투자할만 한 대중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투자할 수 있는 신흥국 금융 상품은 브라질 채권이 사실상 유일하다.

그렇다면 외국계 증권사나 은행을 통해 신흥국 채권을 투자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번 멕시코 채권 사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물론 가짜 홈페이지까지 만드는 치밀함은 투자자들이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이들은 연수익률 17.6%의 6개월 만기 '멕시코 페멕스 채권'을 비롯해 멕시코 국채, 미국 국채, 미국 회사채 등 25종의 상품을 900~2000달러에 팔았다. 페맥스는 멕시코 국영 석유기업이다.

또 해당 멕시코 페멕스 채권을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블로그 등을 통해 홍보했다. 관련 유튜브 조회수는 100만이 넘었고, 네이버 블로그엔 투자 후기란 제목으로 상품을 홍보하는 글도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정리하자면,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멕시코 페멕스 채권 등을 홍보→가짜 노던트러스트 홈페이지 개설→노던 명의 가상계좌로 투자금 입금을 유도한 뒤 투자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이번 사태로 발생한 피해액만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직접적인 투자 권유 없이 유튜브·블로그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홍보해 투자자 스스로 불법 홈페이지를 방문하도록 현혹했다. 채권 해지를 요청했을 땐 "매수금 환급은 미국 중부 표준시(CST) 기준으로 09:00에 처리 예정이다"라며 시간을 끌기도 했다. 마치 현지 은행과의 거래처럼 꾸며냈다.

법인명 가상계좌나 타인 예금주명 주의

국내에 거주하는 투자자는 외국계 증권사나 투자용 은행 계좌 개설이 불가하다. 온라인 증권사 TD아메리트레이드에서도 은행 대용으로만 계좌 개설만이 가능하다. 찰스 슈왑 등 외국계 증권사 계좌 개설은 막혀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국내 투자자는 국내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를 통해서만 외화증권을 매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중개 없이 해외 금융 상품에 직접 투자할 땐 계좌 명의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금융 상품은 모두 본인 명의의 계좌에서 자동 이체되거나 본인의 이름으로 발급된 가상계좌를 통해 입금하도록 돼 있다. 타인 명의 통장이나 투자 회사 혹은 법인명의 통장에 투자금을 입금하라고 할 땐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사기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번 멕시코 채권 사기도 예금주명이 '주식회사 더노던'이다. 사기 일당들은 법인에 입금하는 것처럼 꾸몄다.

전문가들은 차라리 미국 시장에 상장돼 있는 신흥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가 취급하지 않는 해외 금융 상품은 관심도 가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만큼 투자 위험이 높다 보니 국내 증권사 내부 심의를 통과해 시장에 들여오기 어렵단 의미라는 것이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