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여름을 보낸 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매매는 물론 실수요인 전세도 거래가 크게 줄어들었다. 자치구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전반적으론 집값 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데다 지난 9월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가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월별 매매량은 우상향 추세를 나타내 7월 1만건 가까이로 치솟았다가 찬바람이 불며 급격히 감소했다. 거래량은 △1월 2673건 △2월 2677건 등으로 2000건대에 머무르다 △3월 4424건 △4월 4626건 등 갑자기 두 배 수준으로 뛴 후 △5월 5198건 △6월 7697건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7월 9044건으로 치솟은 후에는 △8월 6348건으로 한 달 새 3000건이 빠지더니 △9월 2978건 △10월 2146건 등으로 7월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거래가 줄어들면서 매물도 쌓여가는 상황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5105건으로 두 달 전 8만2274건보다 3.4% 늘어났다. △인천(5%) △세종(3.6%)에 이어 17개 시도 중 세 번째로 매물이 많이 증가했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집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10월 마지막 주(28일) 기준 전주 대비 0.08% 상승, 전주(0.09%)보다 상승률이 소폭 하락했다. 서울 집값은 지난 8월 0.32%로 주간 단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후 완만하게 상승 폭을 줄여가고 있다.
전용면적 84㎡가 60억원에 팔린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사진=한경DB
전용면적 84㎡가 60억원에 팔린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사진=한경DB
현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감지된다. '대마불사'로 꼽히는 강남권에서도 하락 거래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60억원까지 거래됐는데, 지난 9월엔 50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이 단지 바로 옆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도 지난 9월 40억원에 팔렸다. 6월 43억원까지 올랐던 단지다. 10월, 11월엔 신고된 거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반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여름 휴가철 전만 하더라도 매수에 적극적인 실수요자들이 꽤 많았는데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치솟다 보니 집을 내놓은 집주인과 실수요자들의 가격 눈높이가 꽤 벌어졌다"며 "집주인들은 더 높은 가격에, 실수요자들은 가격이 낮으면서 좋은 매물을 찾는 상황이라 쉽게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서울 외곽지역 집값 타격은 더 크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상계주공7(고층)' 전용 45㎡는 지난 6월 5억1500만원까지 거래됐는데 최근엔 이보다 가격이 낮아진 4억9000만원(9월)까지 가격이 내렸다.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에스케이북한산시티' 전용 84㎡도 지난 6월 7억4800만원까지 뛰었는데 지난달엔 7억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미아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대표는 "지난 9월 대출 규제가 강화한 이후 거래가 더 많이 줄었다"며 "원래 노원, 도봉, 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높아 대출 규제 완화 여부가 거래량과 집값에 영향을 많이 준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매수 문의도 거의 없는 편"이라면서 "당분간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사진=뉴스1
전세 거래도 마찬가지다. △1월 1만3813건 △2월 1만2126건 △3월 1만3432건 등으로 1만2000건 내외를 기록했던 전세 거래는 △4월 1만1148건 △5월 1만1838건 △6월 1만1471건 △7월 1만1774건 △8월 1만1459건 등으로 1만1000건대를 수개월 유지했다. 이후 △9월 8010건으로 3000건가량 급감하더니 △10월 7389건으로 9월보다 더 줄어들었다.

전셋값은 집값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상승하고 있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22일)부터 7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더 클 수 있단 얘기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기존에 살던 세입자들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고 2년을 추가로 사는 경우가 많아 매물이 적게 나오고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송파구나 강동구는 이달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있어 전세 물건이 조금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1만2000가구라는 가구 수에 비해선 예상보다 물건이 적은 상황"이라며 "내년 봄 이사철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아파트 전세 거래는 많이 줄었지만, 가격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화곡동의 경우 실수요자들이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아파트를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매매 심리도 약화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마지막 주 기준 서울 매매 수급 지수는 100.1로 지난 8월 둘째 주(12일) 104.5 대비 4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아직은 기준선인 100을 웃돌면서 집을 팔려는 집주인들보다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이 많은 상황이지만 기준선과 불과 0.1포인트 차이라 추세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세 수급 지수는 102.4로 아직 하락 추세에 접어들진 않은 상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