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뭐 보는 거야?"…낯뜨거운 '19금' 광고에 당혹
국내 웹사이트에 선정적인 광고 배너가 범람해 인터넷 이용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를 공급하는 대행사가 클릭 수가 많아 단가도 높은 '19금 웹툰 사이트' 등을 우선 배치하고, 웹사이트에서도 이를 방관하는 탓이다. 배너 광고엔 어린이도 쉽게 접근 가능한만큼 관리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클릭 유도 위해 자극적 배너 난립

6일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가 음란물과 폭력 등 각종 유해광고를 심의한 건 수는 지난해 26만4902건에 달했다. 2020년 심의한 사건 22만6846건에서 3만8056건(16.78%) 증가한 숫자다.

웹사이트에 음란·도박사이트를 홍보하는 선정적 광고가 늘면서 심의 건수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음란·성매매,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온라인 웹사이트나 광고 신고에 따른 심의 건수가 12만6188건으로 전체 심의 안건의 47.6%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 심의 건수인 8만7572건(38.6%)에 비해 9%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문제가 되는 광고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로 이용자의 클릭을 유도한다. 실제 음란물의 일부를 캡처해 영상처럼 움직이게 하거나 성인 웹툰의 자극적인 장면을 캡처해 사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광고들은 불법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할 수 있는 사이트로 연결되거나, 성인 웹툰, 성인 방송 등으로 연결되는 게 대부분이다.

접근 연령의 제한이 애초에 없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언론사 사이트 등에조차 성인용품과 성인웹툰, 때때로 불법 도박사이트 광고까지 버젓이 실리는 실정이다. 이를 미성년자가 우연히 봐 클릭하더라도 막을 수 없다는 건 더 큰 문제다. 직장인 김 모 씨(40)는 “컴퓨터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다가 갑자기 음란 웹툰 사이트가 배너광고가 등장해 옆에 있던 아이가 '이게 뭐냐'고 물어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사전심의 도입 목소리도

인터넷 업계는 배너 광고를 제작해 공급하는 대행사들이 문제를 키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애초에 온라인 배너 광고를 올리는 업체들이 '수위 높은' 19금 배너나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훨씬 많이 업로드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수위 높은 광고는 클릭률이 높아 대행사나 업체들이 공급하는 빈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라며 “수위 높은 광고가 다수 업로드되더라도 인터넷 사업자 입장에서 이를 모두 사전 심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배너 광고 플랫폼인 ‘구글 애드센스’를 이용해 배너 광고를 게재할 경우 클릭 1회당 약 0.7원의 수익을 구글로부터 받는데 이런 CPC(클릭당 비용·cost per click) 광고 효율이 압도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광고는 이용자의 성별이나 연령 등의 알고리즘에 따라 내용이 수시로 변경돼 차단과 심의가 쉽지 않다. 인터넷 웹사이트나 블로그 등에서 노출되는 배너의 경우 타깃형 광고로 게재 업체를 특정하기 어렵고, 사람에 따라 노출되는 내용이 달라질 때가 많다. 방심위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즉시 심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광고가 수시로 변경돼 대상 확인이 어려울 때가 많다”고 했다.

미디어·광고 전문가들은 범람하는 음란 광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배너 광고에 대한 사전 심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재신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광고를 집행하는 사업자에게 사전 심의를 맡기는 현행 규제는 더 많은 광고 노출을 원하는 업체의 사적 이해관계와 맞물린다”며 “제3의 독립적 기관에 온라인 광고 사전심의 등을 맡기고, 규제기관이 감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