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K중기 유럽 진출 물꼬 튼 한인경제인대회
2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렸다. 유럽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49개국에서 3000여 명의 재외동포 한인경제인과 국내 기업인들이 참석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원팀으로 지원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명예대회장을 맡은 필자는 세계 한인경제인이 현지에서 쌓아온 신뢰와 경험을 토대로 800만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영업사원이 돼 줄 것을 제안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300여 곳이 참가한 유럽 최대 규모의 한국상품박람회도 열렸다. KBIZ관 전시 부스에 어린이용 화장품을 출품한 한 스타트업은 초등학생 자녀를 제품 시연 모델로 내세우는 등 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런 분위기 덕인지 대규모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우리는 재외동포를 임명장 없는 민간 외교관이라고 부른다. 모국과 해외 현지를 오가며 가교 역할을 통해 양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세계 각국에서 제조 공장을 운영하며 한국 기업이 만든 소재 부품을 사용하고, 한국의 농식품과 공산품을 수입 판매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중소기업이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시장 정보와 유통·판매망 등 네트워크 부족인데 한인경제인들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제조 역량을 갖췄다. 유엔이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한국이 28%로 개도국인 중국(28.2%)을 제외하면 선진국 중 1위다. 최근엔 한류 열풍과 함께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K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여건이 좋아졌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떡볶이나 불닭볶음면에서 냉동김밥까지 K푸드는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K뷰티는 화장품 강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과 일본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K푸드와 K뷰티는 물론 문구, 액세서리, 주방용품까지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 대부분을 중소기업이 만든다는 것이다.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 판매되는 제품도 다는 아니지만 전문 중소기업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한 게 많다. 부끄러운 민낯도 있다. 2023년 기준 수출 중소기업은 9만4635개로 10만 개가 채 되지 않는다. 이마저 2019년 9만8584개에서 줄어든 숫자다. 63만 개에 달하는 중소제조업은 내수 비중이 90%를 넘는다.

저성장과 저출생·고령화로 내수는 줄어드는데 중국 ‘알테쉬’(알리·테무·쉬인)를 비롯한 해외 직구 업체가 급증하면서 내수시장에서도 외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이제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쁜 소식은 지난해 세계 8위인 대한민국의 수출이 올해 역대 최대인 700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에 이미 프랑스를 제쳤고, 하반기에 이탈리아와 일본을 앞지르면 세계 5위 수출국이 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6132달러로 일본(3만2859달러)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필자 제안처럼 2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계기로 세계 한인경제인들이 중소기업의 현지 영업사원이 돼 준다면 대한민국은 단 한 번도 넘은 적 없는 일본을 제치고 수출 세계 5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월드옥타 등 재외동포 단체들과 함께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