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지 앞세워 내년 美·日 시장 전력투구"
“내년엔 미국과 일본 양대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도록 전력투구할 겁니다.”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52·사진)는 지난 1일 경기 성남 분당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올해 2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내년엔 30%까지 높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00년 피부과 전문의 안건영 박사가 창업한 중견 화장품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984억원, 영업이익 293억원을 거뒀다. 대표 브랜드는 2003년 선보인 ‘닥터지’다.

이 대표는 창업주인 안 박사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2021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림그룹(현 DL그룹) 등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재무·전략 전문가다. 2014년 안 박사 제안으로 고운세상에 합류했다. 당시만 해도 고운세상은 ‘병원 화장품 회사’ 이미지가 강했다.

브랜드 대중화의 계기는 2016년 찾아왔다. 국군수도병원 군마트(PX)에서만 제한적으로 판매되던 대표 제품 ‘블랙 스네일 크림’이 장병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군부대 PX의 입점 제안이 이어졌다. 처음엔 PX 입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PX에서 팔리는 값싼 화장품으로 각인되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PX 입점은 장병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입점을 관철했다. PX 입점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2016년 202억원에 불과하던 고운세상 매출은 2017년 265억원, 2018년 99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고운세상의 두 번째 성장 기회는 2021년 해외에서 찾아왔다. 닥터지가 일본 3대 버라이어티숍인 로프트와 핸즈를 비롯해 플라자, 이온몰 등 8000개 이상 매장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3분기 큐텐재팬 최대 할인 행사인 ‘메가와리’에선 ‘레드 블레미쉬 클리어 수딩 크림’ 등이 실시간 뷰티 랭킹 1위에 올랐다.

베트남에선 쇼피와 틱톡숍 등 온라인은 물론 왓슨스, 가디언 등 오프라인 1500개 매장에 입점했다. 말레이시아에선 올해 3월 국내에 처음 선보인 브랜드인 ‘랩잇’이 5개월 만인 8월 가디언 500개 매장에 동시에 들어가는 성과를 올렸다.

이 대표는 “올해 해외에서 큰 폭으로 성장해 매출이 전년 대비 16%가량 늘어난 2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에서는 최근 아마존에서 닥터지 제품 판매를 시작했는데 매출이 매달 두 배 이상 늘고 있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