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이르면 내년 1분기 ‘이모님 가전’으로 꼽히는 음식물처리기 시장에 진출한다. 일체형 로봇청소기 제품 출시에선 한발 늦었지만 음식물처리기는 발 빠르게 출시해 조기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견기업이 주도해온 이 시장에 대기업이 본격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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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 1분기 제품 출시를 목표로 음식물처리기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8월 안산시와 협업해 지역 공동주택 40여 가구와 음식물처리기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결과를 토대로 부족한 점을 추가로 보완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직접 판매와 구독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LG전자의 음식물처리기는 싱크대 빌트인 구조로 미생물 발효를 통해 음식물을 분해하는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싱크대 배수구에 투입한 뒤 제품을 작동하면 물은 별도로 배수되고 수분이 줄어든 음식물 쓰레기는 미생물 분해장치에서 발효·건조돼 분리 배출할 수 있다. 하수관으로 배출되는 음식물 가루와 찌꺼기가 없어 수질오염과 하수관 막힘, 역류 가능성이 작은 게 장점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개발에만 수년을 투자했다”며 “별도 제품 형태 등 모든 가능성을 시험해본 결과 빌트인 구조가 소비자 편의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품 특성이 LG전자가 추구하는 목표인 가사 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와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음식물처리기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건 LG전자가 처음이다. 이 시장은 휴롬, 쿠쿠, 미닉스, 스마트카라 등 중견기업이 이끌고 있다. 위생 및 환경보호 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쉽고 사후서비스(AS) 측면에서도 관리가 까다롭다 보니 LG,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제품 개발을 진행하면서도 출시에는 고심을 거듭해 왔다. 삼성전자도 2020년 ‘더 제로’ 음식물처리기 상품권을 출원했지만 아직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LG전자가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장 성장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물처리기는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건조기와 함께 주부가 선호하는 4대 이모님 가전으로 꼽힌다. 최근엔 가사 노동시간이 부족한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글로벌 음식물처리기 시장은 2021년 263억달러(약 36조원)에서 2031년 488억달러(약 67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신가전 시장을 다시 한 번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그동안 다양한 이색 가전을 공격적으로 출시해 새로운 가전 시장을 열었다. 신발관리기인 ‘슈케이스·슈케어’, 집에서 다양한 식물을 키우는 ‘틔운’, 빨래와 건조를 한꺼번에 하는 ‘일체형 세탁건조기’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 LG가 처음 출시한 스타일러는 삼성 등 경쟁사가 잇달아 출시할 정도로 LG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