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4일 오후 4시 23분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악셀그룹 인수 건에 돈을 빌려줬다가 물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악셀그룹은 유럽 최대 자전거 회사다. 국내 금융사들은 KKR의 명성을 믿고 이 인수합병(M&A)에 대주단으로 합류했는데 인수 이후 악셀그룹이 경영난에 빠졌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은 “대출을 일부 탕감해달라”는 영국 KKR의 요청에 대한 최종 의견을 조만간 전달하기로 했다. KKR은 2년 전 악셀그룹을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전체 자금의 61%(약 1조4000억원)를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이 가운데 2000억원을 빌려준 뒤 이 채권을 1년 후 국내 금융사에 재매각했다. DB손해보험, 현대해상, 한국투자증권 등 10여 곳으로 대주단이 꾸려졌다.

하지만 악셀그룹은 그 후 6개월도 안 돼 경영난에 빠졌다. 판매 부진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90% 급감했고 부채는 14억유로(약 2조원)로 불어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 회사의 채무 불이행 사태를 우려하며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낮췄다.

영국 KKR은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대출 기관들과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대출액 중 75%를 탕감해달라며 무리한 조건을 제시해 반발을 샀다. 국내 금융사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고성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KKR은 한발 물러서 지난달 40%로 탕감 비율을 낮추고 출자전환도 일부 가능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최선순위 대주단을 새로 꾸리는 ‘레스큐 파이낸싱’까지 추가로 제시했다. 한국에선 거의 쓰이지 않지만 미국에선 ‘고금리 급전’ 개념으로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해외 대주단 중에는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추가로 넣겠다는 곳들이 있지만 과거 구제금융으로 손실을 본 경험이 있는 국내 금융사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에 실패하면 소송전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인수금융을 주선한 신한투자증권은 법적 수단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