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낮은 보험료를 앞세워 고객을 유치해 온 무·저해지 상품의 위험도 평가가 올해 말 결산부터 확대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이 일제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비 과다 집행 관련 제재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본지 10월 26일자 A1, 2면 참조
무해지 보험 제동…'고무줄 회계' 손본다

대형 보험사도 위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건전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올해 결산 실적을 기준으로 K-ICS 비율을 산출할 때 무·저해지 상품의 특성에 맞게 해지 위험액을 추가한다.

K-ICS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발생할 위험액(요구자본)에 대비해 보험사가 대응할 수 있는 자본(가용자본)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를 비율로 나타낸다.

이번 개선안은 이전까지 일반 상품과 구분하지 않은 무·저해지 상품의 위험액을 더 크게 산출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무·저해지 보험은 해지 시 환급액이 적은 대신 보험료를 낮춘 상품이다. 무·저해지 상품의 위험액이 커지면 요구자본이 늘어나 K-ICS 비율이 하락한다. 개편안 적용 시 K-ICS 비율이 평균 5%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보험업법상 K-ICS 비율 기준은 100%, 당국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국내 보험사의 K-ICS 비율은 6월 말 기준 217.3%다. 시장금리 하락 위험에 작년 말보다 6%포인트가량 떨어졌다.

6월 말 기준 ABL생명(144.5%), MG손해보험(44.5%) 등이 권고치를 밑돌았다. 한화생명(162.8%), 현대해상(169.7%), 롯데손해보험(173.1%) 등 일부 대형사도 권고치 부근까지 하락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보험사의 ‘고무줄 회계’를 제한하는 계리적 가정 실무표준(가이드라인)도 내놓을 계획이다. 보험사 실적을 보수적으로 추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 적용하면 이익이 감소할 뿐 아니라 가용자본이 줄어 K-ICS 비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

보험부채 세부 현황 공시해야

금융당국은 올해 말 결산부터 보험사들이 부채 현황을 세분화해 공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부채는 보험사 경영 현황을 보여주는 핵심 정보다. 현재는 회사 전체의 부채 금액만 공시하면 된다. 앞으로는 유·무배당, 상해·사망 등 위험 요인별로 묶어 제시해야 한다. 보험사 투자자에게 실질적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당국은 또 내년 계리·회계법인의 외부 검증에 대해 감리 근거와 자료 제출 요구권을 신설해 부실 검증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부실 검증 시 외부 법인에 벌칙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도 수립한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과당경쟁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을 막기 위해 보험사들의 비합리적 사업비 집행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보험사가 기초서류에서 정한 사업비 한도 내에서 보험설계사 수당 등을 지급하도록 한다. 또 보험사들은 보험료, 보험금, 사업비 등 실제 현금 유출입에 관한 업무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강현우/최한종/서형교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