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덴 골프장들…더위 견디는 잔디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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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후폭풍
2년간 골프장 13곳 잔디 교체
韓 기후, 온대서 아열대로 변화
습한 날씨에 '한지형 잔디' 치명타
더헤븐·아난티남해·부영CC 등
더위에 강한 '난지형'으로 교체
유지 비용도 최대 10분의 1 저렴
2년간 골프장 13곳 잔디 교체
韓 기후, 온대서 아열대로 변화
습한 날씨에 '한지형 잔디' 치명타
더헤븐·아난티남해·부영CC 등
더위에 강한 '난지형'으로 교체
유지 비용도 최대 10분의 1 저렴
지난 9월 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은 메이저대회에 걸맞지 않은 코스 상태가 논란이 됐다. 대회장인 블랙스톤이천GC(파72·사진)의 페어웨이 잔디가 녹아내린 것도 모자라 곳곳이 흙바닥을 드러내면서다. 같은 기간 인천 클럽72 오션코스(파72)에서 치러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한동해오픈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두 대회 모두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2년 연속 프리퍼드 라이 룰이 적용됐다.
4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설 잔디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최근 2년간 한지형 잔디에서 난지형 잔디로 교체한 골프장은 제주도 더클래식CC, 경기 안산 더헤븐CC, 전남 여수 세이지우드CC, 경남 아난티남해CC 등 13곳으로 확인됐다.
정대영 잔디연구소 부소장은 “올해 한지형 잔디 골프장 상당수가 관리에 애를 먹었다”며 “한지형 잔디의 생육 환경 조성이 힘들어지면서 여름철에 강한 난지형 잔디로 교체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잔디로 불리는 한지형 잔디는 잎이 얇고 부드럽다. 페어웨이에 깔리면 특유의 푹신한 촉감을 주고 추위에 강해 겨울에도 푸른색을 유지한다. 여름이 뜨겁고 습한 한국에서 이 잔디를 유지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에 양잔디 페어웨이는 고급 골프장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지형 잔디 페어웨이의 위상이 급격히 떨어졌다.
골프팬들 사이에서는 “양잔디 페어웨이 중 멀쩡한 곳이 거의 없다”는 불평이 나왔다. 15~20도에 생육이 최적화된 한지형 잔디가 한국의 여름 폭염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20.2일로 역대 가장 길었던 열대야는 한지형 잔디에 치명타를 입혔다. 벤트그래스를 심은 골프장 관계자는 “낮에 고온이더라도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잔디가 쉴 수 있지만 올여름에는 밤에도 고온이 계속돼 양잔디가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됐다”며 “폭우로 땅속에 물이 고인 와중에 밤낮으로 고온이 유지되면서 잔디 뿌리가 익어버리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위에 강한 난지형 잔디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 잔디 유지를 위한 물값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코스 관리에 필요한 농약과 비료도 한지형 잔디에 비해 적다. 최근 난지형 잔디로 교체한 골프장 관계자는 “18홀 코스의 잔디를 교체하려면 70억~8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코스 유지·관리 비용은 최대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며 “장기적으로는 할 만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평가되던 미관 문제도 최근 크게 개선됐다. 난지형 잔디는 첫서리 이후 색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최근엔 여름이 길어지면서 변색 시기도 자연스럽게 늦춰졌을 뿐 아니라 변색이 시작되기 전 착색제를 쓰면 자연스러운 푸름을 유지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일부 골프장에선 난지형 잔디에 한지형 잔디를 덧파종하는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난지형 잔디로 교체하는 골프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제주와 남부 지역 골프장을 중심으로 품종 교체가 이뤄졌는데 수년 내 수도권 골프장도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2년간 13곳 한국형 잔디로 교체
이들 대회장 모두 한지형 잔디(양잔디)가 식재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켄터키블루그래스와 벤티그래스로 대표되는 한지형 잔디의 생육 적정 온도는 15~20도다. 28도가 넘으면 성장이 중단되는데, 올해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이 이어져 한지형 잔디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올 시즌 국내 남녀 프로골프에서 프리퍼드 라이로 진행된 13개 대회의 골프장도 모두 한지형 잔디 코스였다. 2년 연속 불량한 잔디 상태로 지적받은 블랙스톤이천GC는 난지형 잔디로 품종 교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근 기후 변화로 한지형에서 난지형 잔디로 교체한 골프장이 늘어나는 추세다.4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설 잔디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최근 2년간 한지형 잔디에서 난지형 잔디로 교체한 골프장은 제주도 더클래식CC, 경기 안산 더헤븐CC, 전남 여수 세이지우드CC, 경남 아난티남해CC 등 13곳으로 확인됐다.
정대영 잔디연구소 부소장은 “올해 한지형 잔디 골프장 상당수가 관리에 애를 먹었다”며 “한지형 잔디의 생육 환경 조성이 힘들어지면서 여름철에 강한 난지형 잔디로 교체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잔디로 불리는 한지형 잔디는 잎이 얇고 부드럽다. 페어웨이에 깔리면 특유의 푹신한 촉감을 주고 추위에 강해 겨울에도 푸른색을 유지한다. 여름이 뜨겁고 습한 한국에서 이 잔디를 유지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에 양잔디 페어웨이는 고급 골프장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지형 잔디 페어웨이의 위상이 급격히 떨어졌다.
골프팬들 사이에서는 “양잔디 페어웨이 중 멀쩡한 곳이 거의 없다”는 불평이 나왔다. 15~20도에 생육이 최적화된 한지형 잔디가 한국의 여름 폭염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장기적 비용 절감 효과
기상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24년 여름철 기후 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6~8월 평균기온은 25.6도로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높았다. 여기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아홉 번이나 관측될 정도로 집중호우의 정도도 심해졌다.20.2일로 역대 가장 길었던 열대야는 한지형 잔디에 치명타를 입혔다. 벤트그래스를 심은 골프장 관계자는 “낮에 고온이더라도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잔디가 쉴 수 있지만 올여름에는 밤에도 고온이 계속돼 양잔디가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됐다”며 “폭우로 땅속에 물이 고인 와중에 밤낮으로 고온이 유지되면서 잔디 뿌리가 익어버리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위에 강한 난지형 잔디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 잔디 유지를 위한 물값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코스 관리에 필요한 농약과 비료도 한지형 잔디에 비해 적다. 최근 난지형 잔디로 교체한 골프장 관계자는 “18홀 코스의 잔디를 교체하려면 70억~8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코스 유지·관리 비용은 최대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며 “장기적으로는 할 만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평가되던 미관 문제도 최근 크게 개선됐다. 난지형 잔디는 첫서리 이후 색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최근엔 여름이 길어지면서 변색 시기도 자연스럽게 늦춰졌을 뿐 아니라 변색이 시작되기 전 착색제를 쓰면 자연스러운 푸름을 유지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일부 골프장에선 난지형 잔디에 한지형 잔디를 덧파종하는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난지형 잔디로 교체하는 골프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제주와 남부 지역 골프장을 중심으로 품종 교체가 이뤄졌는데 수년 내 수도권 골프장도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