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둔화에 '무비자 카드'…中 여행업계 때아닌 '화색'
중국 여행사들이 ‘무비자 특수’를 기대하며 준비가 한창이다. 침체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중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9개국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전격 발표하면서다.

4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여행사들이 앞다퉈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여행사들은 한국 등 9개국 여행사와 소통을 강화하며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여행사들은 그간 중국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던 20~40대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베이징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9개국에 대한 추가적인 무비자 정책이 중국 여행을 촉진할 것”이라며 “특히 환승 수요가 많은 유럽 관광객은 이번 조치로 중국 여행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이번 조치가 지속적으로 개방을 확대하려는 중국 정부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와 케이터링(식음료 제공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선 각종 부양책에도 좀체 살아나지 않는 내수 탓에 중국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무비자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한다. 둔화한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내수 활성화가 시급한데 정책금리 인하, 부동산 시장 유동성 공급 등의 부양책으로는 내수에 온기를 불어넣는 게 쉽지 않아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일 한국을 비롯해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총 9개국에 한시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오는 8일부터 내년 말까지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비즈니스와 관광, 친지 방문 목적으로 중국을 찾는 9개국 일반 여권 소지자는 최장 15일간 비자 없이 중국에 입국할 수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외국인의 중국 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무비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24개국과 전면적 상호 비자 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유럽 일부 국가에는 일방적인 무비자 입국 정책을 적용 중이다. 올해 3분기 무비자 정책을 통해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총 488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6% 늘었다.

한편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중국이 광범위한 외교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내수 경기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선제적으로 외교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