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5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문을 대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5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문을 대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한덕수 총리가 국회에서 대독한 2025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은 민생 지원을 최우선에 두고, 미래 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에 중점을 둬 편성했다”고 밝혔다. 의료, 연금, 노동, 교육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문제 대응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와 김건희 여사 관련 사업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했다. 유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업 예산도 감액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윤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에 대해 △맞춤형 약자 복지 확충 △경제활력 확산 △미래 준비를 위한 경제 체질 개선 △안전한 사회와 글로벌 중추 외교 등 네 가지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는 생계급여 인상,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 확대, 새출발기금 확대, 선도형 연구개발(R&D) 투자로 전환, 원전사업 성장펀드 조성 등을 언급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개혁작업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대해서는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뜻이 아니다”며 “느슨했던 부분, 불필요한 낭비는 과감히 줄이고 민생 회복과 미래 준비라는 국가 본연의 역할에 제대로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정부 예산을 대폭 손보겠다고 예고했다. 당장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최소 4.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제시한 총지출 증가율은 3.2%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법무부와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을 전액 삭감하고 이외 부처도 50% 이상 일괄 삭감하겠다”고 했다. 유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업 예산으로 책정된 500억원도 감액하겠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정부가 정보를 숨기고 있어서 정말 유전이 있는지 국민적 의혹만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 식용 종식사업 예산과 자살 예방 목적의 국민 마음건강 사업 예산도 칼질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이들 사업이 김 여사와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주장하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사업 등의 예산은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이 고물가 시기에 가계에 큰 보탬이 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 매출 증진에도 기여하는 만큼 사업 예산이 반영되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공약 사업인 ‘에너지 고속도로’ 예산 증액도 관철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아동수당 확대 등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두고 ‘극한 대립’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예산 심사 법정기한(12월 2일)을 넘기는 것은 물론 연말까지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한 차례만 시정연설을 했고,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매년 참석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국회 무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도병욱/한재영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