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지하 경부고속철…"수색~광명, 대심도 우회"
서울을 가로지르는 KTX 전용 지하 고속철도 노선인 ‘수색~광명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경의·중앙선 바로 밑을 통과하는 기존 노선안과 달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보다 더 깊은 터널을 뚫어 주요 개발 지역을 우회하는 대안이 제시됐다. 노선이 완성되면 서울~광명 구간 운행 시간은 5분 이상 줄어들고 KTX 증편도 하루 60회 이상 가능해질 전망이다.

4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수색~광명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공개하고 오는 14일까지 설명회를 연다. 국토부는 이번 평가 등을 바탕으로 내년 수색~광명 고속철도 건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착공 준비에 나설 방침이다. 예상 개통 시점은 2033년이다.

이 구간은 경부고속철도의 서울 통과 부분으로, 경기 광명부터 용산역·서울역을 거쳐 수색역까지 24㎞다. 수색~광명 구간은 그간 경부고속철도 전체 노선의 병목구간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KTX뿐만 아니라 화물차와 전동차 등이 같은 노선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KTX가 일반철로를 사용해 서울에선 시속 65㎞ 정도밖에 주행할 수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기존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 세운 경의선 지하 통과안보다 대심도 우회안이 사업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수색에서 북아현 재개발 구역 등을 우회해 서울역 지하를 통과한 다음 지하 100m 깊이에서 용산역과 한강 등을 지나 광명까지 잇는다는 계획이다. 신안산선은 물론 GTX-B노선 등보다 더 깊은 곳을 지난다. 기존 노선안이 GTX보다 얕은 곳을 지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선 우회안이 직선 구간을 확보하기 편리하고 대심도 통과로 민원이 더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운행 시간 역시 기존 노선안이 행신역에서 서울역까지 27분 걸리는 것과 비교해 대안 노선은 25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선안 평가 과정에서 주민 반발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GTX를 비롯해 도심 고속철도 사업 등에서 노선이 지나는 재건축·재개발 지역 주민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조합원은 지하 터널이 주택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TX보다 깊은 지하에 굴착면을 뚫는 공법으로 공사하기 때문에 지상 주거단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안 노선은 주요 정비 사업지를 피해 가기 때문에 주민 반발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