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규제·희귀종 벌 출현…'원전 옆 데이터센터 건설' 제동 [원자재 포커스]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세워 전력을 직접 공급받으려는 아마존과 메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다른 빅테크 기업의 유사한 계획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현지시간) 미국 규제당국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탈렌에너지의 서스쿼해나 원전이 아마존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계약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력망 부담을 우려해 FERC가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구축되면 이미 노후화된 인프라와 기상이변으로 압박을 받는 전력망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가정과 다른 기업에도 큰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탈렌은 지난 3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서스쿼해나 원전 옆에 위치한 큐뮬러스 데이터센터 단지를 매각하고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 일부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1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모습. (사진=로이터)
지난달 1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모습. (사진=로이터)
블룸버그는 "이번 결정이 빅테크와 에너지 공급업체 간 계약에 상당한 장벽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줄리앙 뒤물랭-스미스 재퍼리스LLC 애널리스트는 "발전소 전력을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직접 활용하려는 계약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당국의) 메시지가 충분히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 도밍게즈 콘스텔레이션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이 최종 결정이 아니며 추가 지침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최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은 전력 소모가 큰 AI 모델 운영을 위해 원전과의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전력 수요 증가 전망으로 올 들어 콘스텔레이션에너지, 탈렌에너지, 비스트라 등 주요 원전 운영사의 주가가 두 배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의 여파로 이들 기업 주가는 급락했다.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이날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12.46% 하락하며 장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탈렌에너지는 2.23%, 비스트라는 3.15% 하락 마감했다.
4일(현지시간) 폭락한 콘스텔레이션에너지 주가.
4일(현지시간) 폭락한 콘스텔레이션에너지 주가.
한편 메타는 또 다른 장애물에 부딪혔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 했던 부지에서 희귀종 벌이 발견되면서 일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최근 직원 회의에서 "희귀종 벌의 발견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가 복잡해졌다"고 언급했다. 소식통은 저커버그 CEO가 "메타가 이 거래를 성사시켰다면 원자력을 통해 AI를 구동하는 최초의 빅테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AI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빅테크의 자본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의 AI 프로젝트 실적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메타는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거래를 계속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