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기업회생' 신청, 경영난 탓 아니라지만…"이러다 다 죽어"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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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주들과 소송한 피자헛 '210억 배상' 직격탄
프랜차이즈 피자 업체들, 적자 내거나 영업익 급감
"가격도 양도 부담돼"…'가성비 피자'에 눈 돌린다
프랜차이즈 피자 업체들, 적자 내거나 영업익 급감
"가격도 양도 부담돼"…'가성비 피자'에 눈 돌린다
국내 1세대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피자헛이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업황 악화로 인한 경영난보다는 본사가 가맹점주들과의 소송에서 져 210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 다만 이와 별개로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사롭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회생법원 회생12부(오병희 부장판사)는 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는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는 조처다.
한국피자헛은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도 함께 신청했다. ARS는 법적인 기업회생 절차 전에 시간을 갖고 채권단과 자율협상을 진행하는 절차다. 채권단 동의를 얻어 합의를 도출하면 회생 절차는 그대로 종료되지만 합의 불발시 법원 중재 하에 회생 절차를 밟는다. 법원 측은 “한국피자헛은 최근 소송 결과에 따른 강제집행 문제를 원만히 합의하고자 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9월 서울고등법원은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 상대로 제기한 부당 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 “한국피자헛이 2016~2022년 가맹점주에게 받은 차액 가맹금 210억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환 금액이 1심 75억원에서 크게 불어나 한국피자헛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난이 회생 절차 신청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고 해도, 2년 연속 적자를 낸 피자헛에게 이 금액은 부담이 크다. 한국피자헛은 2020년 영업이익 55억7800만원을 올렸으나 이듬해(2021년) 영업익 4억4296만원으로 90% 넘게 급감했다. 2022년엔 적자 전환(-2억5612만원)했고 지난해 –45억2240만원으로 적자폭이 한층 확대됐다. 작년 매출액 역시 전년(2022년) 대비 14.8% 감소해 1000억원 밑으로 내려왔다. 피자헛뿐 아니라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 모두 녹록치 않은 상황. 피자알볼로 운영사 알볼로에프앤씨 역시 2022~2023년 2년 연속 적자를 냈고 미스터피자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도미노피자 운영사 청오디피케이와 한국파파존스는 그나마 적자를 면했지만 각각 연간 영업익 50억원대와 40억원대에 그쳐 수익성이 악화했다. 2021년 대비 도미노피자는 3분의 1, 파파존스는 3분의 2 수준으로 이익이 확 줄었다.
자연히 문 닫는 피자 가게가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주요 피자 브랜드들의 폐점 가맹점 수는 2020년 기준 580여개였는데 2022년에는 2배가량 늘어 1000곳을 넘겼다.
이처럼 피자 업체들이 어려워진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한 판 가격 2만~3만원대에 달하는 데다 혼자선 먹기 버거운 피자 가격과 양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주재료 밀가루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것도 악재였다. 여기에 인건비에 배달료까지 상승하면서 가격을 인상하자 주문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졌다.
CJ제일제당·오뚜기·신세계푸드 같은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가정간편식(HMR)용 냉동 피자를 내놓은 것 또한 수요를 상당수 잠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1만원 내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어필하는 냉동 피자를 에어프라이어 등으로 데워 먹으면 배달 피자에 크게 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체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냉동 피자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85억원으로 4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쑥 컸다.
설상가상으로 대형마트 델리 코너 피자 판매량이 늘어나는가 하면 ‘틈새 시장’을 노린 중저가 피자 업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사이즈와 1만원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고피자는 최근 성장세가 가파르다. GS25와 손잡고 편의점에서 직접 피자를 구워 판매하는 등 소비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가성비 소비로 주목받는 이랜드이츠의 피자몰은 1만원 안 되는 피자 한 판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소비자들은 굳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피자를 주문해 먹을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두 자녀를 둔 40대 주부 유모 씨는 “아이들이 먹고 싶어해 가끔 피자 배달 시키는데 너무 비싸다. 요즘은 냉동 피자도 잘 나와 피자 주문을 잘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도 “방문 포장이나 통신사 제휴 프로모션으로 몇십%씩 할인해야 사 먹게 되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가격을 낮추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5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회생법원 회생12부(오병희 부장판사)는 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는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는 조처다.
한국피자헛은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도 함께 신청했다. ARS는 법적인 기업회생 절차 전에 시간을 갖고 채권단과 자율협상을 진행하는 절차다. 채권단 동의를 얻어 합의를 도출하면 회생 절차는 그대로 종료되지만 합의 불발시 법원 중재 하에 회생 절차를 밟는다. 법원 측은 “한국피자헛은 최근 소송 결과에 따른 강제집행 문제를 원만히 합의하고자 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9월 서울고등법원은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 상대로 제기한 부당 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 “한국피자헛이 2016~2022년 가맹점주에게 받은 차액 가맹금 210억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환 금액이 1심 75억원에서 크게 불어나 한국피자헛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난이 회생 절차 신청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고 해도, 2년 연속 적자를 낸 피자헛에게 이 금액은 부담이 크다. 한국피자헛은 2020년 영업이익 55억7800만원을 올렸으나 이듬해(2021년) 영업익 4억4296만원으로 90% 넘게 급감했다. 2022년엔 적자 전환(-2억5612만원)했고 지난해 –45억2240만원으로 적자폭이 한층 확대됐다. 작년 매출액 역시 전년(2022년) 대비 14.8% 감소해 1000억원 밑으로 내려왔다. 피자헛뿐 아니라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 모두 녹록치 않은 상황. 피자알볼로 운영사 알볼로에프앤씨 역시 2022~2023년 2년 연속 적자를 냈고 미스터피자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도미노피자 운영사 청오디피케이와 한국파파존스는 그나마 적자를 면했지만 각각 연간 영업익 50억원대와 40억원대에 그쳐 수익성이 악화했다. 2021년 대비 도미노피자는 3분의 1, 파파존스는 3분의 2 수준으로 이익이 확 줄었다.
자연히 문 닫는 피자 가게가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주요 피자 브랜드들의 폐점 가맹점 수는 2020년 기준 580여개였는데 2022년에는 2배가량 늘어 1000곳을 넘겼다.
이처럼 피자 업체들이 어려워진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한 판 가격 2만~3만원대에 달하는 데다 혼자선 먹기 버거운 피자 가격과 양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주재료 밀가루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것도 악재였다. 여기에 인건비에 배달료까지 상승하면서 가격을 인상하자 주문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졌다.
CJ제일제당·오뚜기·신세계푸드 같은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가정간편식(HMR)용 냉동 피자를 내놓은 것 또한 수요를 상당수 잠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1만원 내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어필하는 냉동 피자를 에어프라이어 등으로 데워 먹으면 배달 피자에 크게 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체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냉동 피자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85억원으로 4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쑥 컸다.
설상가상으로 대형마트 델리 코너 피자 판매량이 늘어나는가 하면 ‘틈새 시장’을 노린 중저가 피자 업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사이즈와 1만원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고피자는 최근 성장세가 가파르다. GS25와 손잡고 편의점에서 직접 피자를 구워 판매하는 등 소비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가성비 소비로 주목받는 이랜드이츠의 피자몰은 1만원 안 되는 피자 한 판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소비자들은 굳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피자를 주문해 먹을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두 자녀를 둔 40대 주부 유모 씨는 “아이들이 먹고 싶어해 가끔 피자 배달 시키는데 너무 비싸다. 요즘은 냉동 피자도 잘 나와 피자 주문을 잘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도 “방문 포장이나 통신사 제휴 프로모션으로 몇십%씩 할인해야 사 먹게 되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가격을 낮추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