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필립슨 영국 교육부 장관(사진=EPA연합뉴스)
브리짓 필립슨 영국 교육부 장관(사진=EPA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대학 재정을 강화하기 위해 8년 만에 자국 학생 등록금 상한선을 인상하기로 했다. 외국 유학생 감소로 주 수입원이 줄어들자 대학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리짓 필립슨 교육부 장관은 자국 학부생 연간 등록금 상한액을 현재 9250파운드(약 1653만원)에서 내년 9535파운드(1704만원)로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상한선은 2012년 9000파운드(1608만원)에서 2017년 9250파운드로 인상된 이후 8년간 동결됐다.

영국 대학의 재정 자립도가 나날이 악화하자 영국 정부는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영국 대학들은 자국 학생 등록금이 동결된 가운데 외국 유학생에게 재정을 의존했다. 유학생은 등록금 상한 제한이 없어 더 많은 수업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2021년 잉글랜드 대학의 국제 학생 비중은 24%였지만 대학 등록금 수입 비중은 40%에 달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이민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정부가 가족 동반 금지 등 학생 비자 제한을 늘리면서 해외 유학생이 줄어들자, 대학 재정난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학생 비자 신청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7% 줄어 20여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FT는 “등록금 동결, 각종 비용 증가로 영국 대학은 재정 압박을 받고 있었다”며 “올해 50곳 이상의 대학이 직원을 감축했고 몇몇 대학은 파산 직전의 상태”라고 전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 대학의 약 40%가 지난 학년도에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등록금 인상이 노동당 정부에 부담을 가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말 발표한 증세안이 일각에서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마저 등을 돌릴 수 있어서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2020년 제1야당이던 노동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때 자국 대학 등록금 폐지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지난해 이를 철회했다.

로라 트로트 보수당 예비내각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이 가장 여유롭지 못할 때 등록금을 인상한다는 내용은 선거 공약에 없었다”며 “이는 학부생들이 내야 할 사실상의 세금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인디펜던트는 “인상 발표로 노동당 정부가 주요 지지층인 학생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