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험대 위에서...‘주님,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arte] 강성곤의 아리아 아모레
‘주님,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K.418’ - 모차르트의 콘서트용 아리아
‘주님,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K.418’ - 모차르트의 콘서트용 아리아
“주님,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이 괴로움과 잔인한 운명을/저는 눈물 흘리고 침묵하게 된답니다/제가 사랑하고픈 그분을 차갑고 무정하게 대하라니요/아, 이 혹독한 의무여!/무정한 별들은 제게 참으로 박절하군요/주님, 저는 어찌하면 좋은가요?/백작님, 이제 가세요. 아무런 말도 하지 마세요/에밀리아가 당신의 마음을 얻었으니 그녀에게 가세요”
사랑은 언제나 시험받는다. 가장 큰 지렛대는 믿음이다. 어떤 유혹적 인물이 다가와도 그(그녀)를 물리치고 최종 선택은 나일 거라는 희망과 기대다. 의심과 불신은 절대 사절이다.
여기 사랑의 시험대에 오른 여인이 있다. 이름은 클로린다(Clorinda), 약혼남 칼란드로(Calandro)는 결혼을 앞두고, 준수한 외모에다 부자인 친구 리파베르데(Ripaverde) 백작에게 그녀를 소개한다. 그는 일부러 클로린다를 유혹하고, 몇 차례 흔들리던 그녀는 결국 사랑을 고백하지만 막판에 마음에 갈등이 일고 뉘우치면서 백작에게 그의 연인 에밀리아에게 돌아가라고 말하고야 만다. 1783년 비엔나. 27세의 모차르트는 파스콸레 안포시의 오페라 <호기심 많고 경솔한 남자/Il Curioso Indiscreto>의 삽입곡을 제안받는다. 대신 조건은 처형인 소프라노 알로이지아 베버(Aloysia Weber, 1760~1839)가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 이때 탄생한 아리아가 바로 'Vorrei Spiegarvi, Oh Dio!/주님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영어 직역으로는 ‘Let me Explain, oh God!/제가 설명 드려도 될까요‘쯤 될 터. 1790년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여자는 다 그래’의 단초를 제공한 작품이다. 특유의 서정성과 고난도 기교를 모두 갖춰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난곡(難曲) 중의 난곡이지만, 너무나도 아름답다. 지난 봄 개봉한 영화 <키메라(Chimera)>. 독일계 이탈리아 여성 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Alice Rohrwacher)가 만든 수작(秀作)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으로 이루어진 괴물이 키메라. 보통 ‘이질적/상상의/이상한’ 사건이나 인물을 유비(類比)하는데 영화에서는 선악의 감정이 뒤섞인 영국인 도굴꾼 남자를 가리킨다.
주인공 아서(Arther)는 이탈리아 이름 아르투가 더 친숙한 젊은 고고학자. 땅속 유물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토스카나 지방 촌구석의 어수룩하지만 돈을 밝히는 ‘톰바롤로(유적 도굴꾼 집단)'들과 함께 좌충우돌, 천신만고 끝에 고대 에트루리아의 멋진 조각상을 찾아낸다. 그러나 결말은 경악, 그 자체다. 스포일러 리스크는 사양하기에 상세한 줄거리는 이쯤에서 매조지는 게 나을 듯. 이제 아리아와 관련된 부분이다. 아르투에겐 실종된 옛 애인 베냐미나가 있다. 남들은 다 죽었다고 하는데 그는 믿지 않는다. 그리고 이탈랴. 그전부터 아르투를 향해 연모의 감정이 있으면서도 가슴만 끓고 있는 여인. 착해빠진 포르투갈 이민자다. 베냐미나의 어머니이기도 한 집주인의 각종 허드렛일이 그녀 몫이다. 영화 속 이탈랴의 심정이 바로 ‘주님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Vorrei Spiegarvi, oh, Dio!’에 그대로 투영된다. 위에서 언급한 모차르트의 클로린다가 이탈랴, 리파베르데 백작은 아르투, 그리고 에밀리아가 베냐미나인 것이다. 천재 감독 로르바케르의 영화는 이 아리아로 화룡점정을 찍었다고나 할까.
신영옥(1961~ )이 단언컨대 제일 잘 불렀다. 1995년 34세 때 앨범. 리릭과 콜로라투라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신영옥은 프레이즈의 연결 매듭에서 절대로 깨지거나 흔들리거나 부서지지 않는다. 매끈한 호흡이 특장인 그녀의 독보적 연주력이 찬연히 빛나고 있다. 극고음과 저음, 템포의 느림과 빠름이 분주하고 복잡하게 오가는 소용돌이를 즐기고 있다고나 할까. 젊은 프랑스 소프라노 사빈 드비에일(Sabine Devieilhe, 1985~ )도 들어줄 만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 <키메라>를 놓치면 불행할 것이다. 현실과 판타지, 순수와 영혼, 삶과 죽음을 사변(思辨)과 유머로 버무리는 로르바케르의 솜씨가 놀랍도록 탁월하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
[신영옥 - Vorrei Spiegarvi, Oh Dio! K.418]
[사빈 드비에일 - Vorrei Spiegarvi, Oh Dio! K.418]
[영화 <키메라> 공식 트레일러]
▶▶▶[영화 <키메라> 칼럼 (1)] 어둠과 죽음과 지하에서 구원과 생명과 초월을 끌어내다
▶▶▶[영화 <키메라> 칼럼 (2)] "훔치지마요, 인간 보라고 만든 게 아니라 영혼을 위한 거예요"
사랑은 언제나 시험받는다. 가장 큰 지렛대는 믿음이다. 어떤 유혹적 인물이 다가와도 그(그녀)를 물리치고 최종 선택은 나일 거라는 희망과 기대다. 의심과 불신은 절대 사절이다.
여기 사랑의 시험대에 오른 여인이 있다. 이름은 클로린다(Clorinda), 약혼남 칼란드로(Calandro)는 결혼을 앞두고, 준수한 외모에다 부자인 친구 리파베르데(Ripaverde) 백작에게 그녀를 소개한다. 그는 일부러 클로린다를 유혹하고, 몇 차례 흔들리던 그녀는 결국 사랑을 고백하지만 막판에 마음에 갈등이 일고 뉘우치면서 백작에게 그의 연인 에밀리아에게 돌아가라고 말하고야 만다. 1783년 비엔나. 27세의 모차르트는 파스콸레 안포시의 오페라 <호기심 많고 경솔한 남자/Il Curioso Indiscreto>의 삽입곡을 제안받는다. 대신 조건은 처형인 소프라노 알로이지아 베버(Aloysia Weber, 1760~1839)가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 이때 탄생한 아리아가 바로 'Vorrei Spiegarvi, Oh Dio!/주님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영어 직역으로는 ‘Let me Explain, oh God!/제가 설명 드려도 될까요‘쯤 될 터. 1790년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여자는 다 그래’의 단초를 제공한 작품이다. 특유의 서정성과 고난도 기교를 모두 갖춰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난곡(難曲) 중의 난곡이지만, 너무나도 아름답다. 지난 봄 개봉한 영화 <키메라(Chimera)>. 독일계 이탈리아 여성 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Alice Rohrwacher)가 만든 수작(秀作)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으로 이루어진 괴물이 키메라. 보통 ‘이질적/상상의/이상한’ 사건이나 인물을 유비(類比)하는데 영화에서는 선악의 감정이 뒤섞인 영국인 도굴꾼 남자를 가리킨다.
주인공 아서(Arther)는 이탈리아 이름 아르투가 더 친숙한 젊은 고고학자. 땅속 유물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토스카나 지방 촌구석의 어수룩하지만 돈을 밝히는 ‘톰바롤로(유적 도굴꾼 집단)'들과 함께 좌충우돌, 천신만고 끝에 고대 에트루리아의 멋진 조각상을 찾아낸다. 그러나 결말은 경악, 그 자체다. 스포일러 리스크는 사양하기에 상세한 줄거리는 이쯤에서 매조지는 게 나을 듯. 이제 아리아와 관련된 부분이다. 아르투에겐 실종된 옛 애인 베냐미나가 있다. 남들은 다 죽었다고 하는데 그는 믿지 않는다. 그리고 이탈랴. 그전부터 아르투를 향해 연모의 감정이 있으면서도 가슴만 끓고 있는 여인. 착해빠진 포르투갈 이민자다. 베냐미나의 어머니이기도 한 집주인의 각종 허드렛일이 그녀 몫이다. 영화 속 이탈랴의 심정이 바로 ‘주님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Vorrei Spiegarvi, oh, Dio!’에 그대로 투영된다. 위에서 언급한 모차르트의 클로린다가 이탈랴, 리파베르데 백작은 아르투, 그리고 에밀리아가 베냐미나인 것이다. 천재 감독 로르바케르의 영화는 이 아리아로 화룡점정을 찍었다고나 할까.
신영옥(1961~ )이 단언컨대 제일 잘 불렀다. 1995년 34세 때 앨범. 리릭과 콜로라투라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신영옥은 프레이즈의 연결 매듭에서 절대로 깨지거나 흔들리거나 부서지지 않는다. 매끈한 호흡이 특장인 그녀의 독보적 연주력이 찬연히 빛나고 있다. 극고음과 저음, 템포의 느림과 빠름이 분주하고 복잡하게 오가는 소용돌이를 즐기고 있다고나 할까. 젊은 프랑스 소프라노 사빈 드비에일(Sabine Devieilhe, 1985~ )도 들어줄 만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 <키메라>를 놓치면 불행할 것이다. 현실과 판타지, 순수와 영혼, 삶과 죽음을 사변(思辨)과 유머로 버무리는 로르바케르의 솜씨가 놀랍도록 탁월하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
[신영옥 - Vorrei Spiegarvi, Oh Dio! K.418]
[사빈 드비에일 - Vorrei Spiegarvi, Oh Dio! K.418]
[영화 <키메라> 공식 트레일러]
▶▶▶[영화 <키메라> 칼럼 (1)] 어둠과 죽음과 지하에서 구원과 생명과 초월을 끌어내다
▶▶▶[영화 <키메라> 칼럼 (2)] "훔치지마요, 인간 보라고 만든 게 아니라 영혼을 위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