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모할리에 문을 연 삼성전자 체험 매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인도 모할리에 문을 연 삼성전자 체험 매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경쟁이 한층 가열되면서 주요 제조사들이 중저가폰을 앞세운 판매 전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도·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중저가 보급형 제품군의 중요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6일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애플이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 1위를 탈환하고 삼성전자가 2위로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디지털 아웃룩 10월호'에서 "내년엔 애플이 공격적 가격 전략 지속, 보급형 신제품 출시, 소비심리 개선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 1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선두 업체 간 경쟁은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신흥 시장 중심으로 중저가폰을 앞세워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기존 플래그십의 파생 모델 간 경쟁을 예고한 상황.

삼성전자는 지난달 3일 갤럭시 S24 팬에디션(FE)을 미국·영국·유럽·인도 등에서 선보인 데 이어 이달 1일 국내에도 출시했다. 갤럭시 AI 등 S24 시리즈 핵심 기능을 갖추면서도 성능을 다소 낮춰 가격을 내린 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출고가는 94만6000원.

애플도 내년 3월께 중저가형 모델인 '아이폰 SE4'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 보급형 모델 중에선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능 '애플 인텔리전스'가 지원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TF인터내셔널증권은 애플이 내년 1분기 안에 아이폰 SE4를 약 860만대 생산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저가폰이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 중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기기값 800달러 미만 모델이 전체 출하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약 85%에 이른다. 800달러 이상인 모델의 점유율은 15%에 그친다.

특히 인도, 중동·아프리카(MEA),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이 스마트폰 출하량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저가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과 벌이는 경쟁이 삼성전자에겐 또 다른 걸림돌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를 보면 중국 빅3(샤오미·오포·비보)의 올 3분기 출하량 합산 점유율은 32%. 중저가폰으로 시장 영향력을 키웠던 종전과 달리 최근엔 프리미엄 모델 판매량도 덩달아 증가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단 매출액 기준으로 인도 시장에서 3분기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면서 순항 중이다. 인도 스마트폰 매출 점유율은 삼성전자 22.8%, 애플 21.6%, 비보 15.5%, 오포 10.8%, 샤오미 8.7%로 조사됐다. 하지만 판매량 기준으로는 비보가 중국과 인도에서 모두 1위를 달렸다.

IITP는 "삼성전자·애플 등 스마트폰 선두 업체의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 확대 행보는 프리미엄과 보급형을 함께 출시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중국 업체들이 내놓는 저가폰 공세를 견제하고 글로벌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