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서울 및 서울 인접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5만 가구 규모의 신규택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8일 내놓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서울 내에선 서초IC 남쪽의 우면동, 원지동, 신원동, 염곡동, 내곡동 일대의 서리풀지구에 2만 가구가 공급된다. 수도권에선 고양 대곡,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 등지에 3만 가구를 짓는다.

특히 ‘제2의 내곡·세곡’으로 불리는 서리풀지구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면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은 강남역에서 5㎞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신분당선과 GTX-C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다. 강남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선 이곳의 그린벨트부터 택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환경·시민단체가 벌써부터 그린벨트 해제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전형적인 ‘뒷다리잡기’로 볼 수밖에 없다. 그린벨트는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성역이 아니다. 도시개발 수요에 따라 풀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도 주택 공급을 위해 해제한 적이 있다. 이번 지역은 주변이 개발돼 보존 가치가 낮고 공장이나 창고 등이 난립해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뛰고 이 때문에 통화·금융정책이 꼬였다는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 그린벨트 원조인 영국에서도 최근 몇 년 새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자 지난 7월 집권한 키어 스타머 총리가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했다.

오히려 문제는 속도다. 정부 목표는 2026년 상반기 지구 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다. 빨라야 7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상이 늦어지면 10년도 더 걸릴 수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명운을 걸고 신속히 보상을 마무리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