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 /한경arte 제공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 /한경arte 제공
프리다 칼로의 작품 속에 숨겨진 고통, 폴 세잔의 괴팍한 성격, 살바도르 달리의 광기…. 명작 뒤에 숨겨진 천재 화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들여다보는 건 언제나 재미있고 유익하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각종 책과 칼럼, 교양 방송이 계속 쏟아져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중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콘텐츠는 드물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성수영이 매주 토요일 연재하는 칼럼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은 올해 가장 두드러지는 성공 사례 중 하나다. 포털사이트 고정 구독자 수 기준(6만5000여 명, 네이버 기자페이지)으로 국내 문화·예술 분야 기자 중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고, 칼럼 누적 조회수는 4000만회가 넘는다. 철저한 사실에 기반하면서도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이 강점이란 평가다. 덕분에 올해 상반기에 나온 칼럼을 엮은 책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은 장기간 예술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후속작인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이 출간됐다. 유려한 서술과 고품질의 인쇄, 아름다운 표지 디자인 등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장점은 그대로 이어받았다. 여기에 더욱 깊이 있는 자료 취재를 가미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추천사를 통해 “고뇌와 결핍, 끈기와 열정 모두를 가진 복합적인 예술가의 인간적 매력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해주는 책”이라며 “적절한 인용과 탁월한 비유 덕분에 이런 몰입이 가능했다”고 했다.

화가의 내면과 작품에 대한 설명은 전작보다 더욱 입체적으로 발전했다. 예술에 미쳐 자신의 가족에게는 소홀했던 폴 고갱,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제국주의 일본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던 고지마 도라지로의 삶이 단적인 예다. 전작에 비해 책에서 처음 공개되는 화가들의 이야기 비중이 늘어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천재 화가들의 라이벌 관계를 다룬 장도 흥미를 돋운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3대 천재’들의 경쟁, 18세기 영국 대표였던 토머스 게인즈버러와 조슈아 레이놀즈의 한판 승부 등을 통해 화가들의 삶은 물론 당시 미술의 흐름과 시대 상황까지 흥미진진하게 살펴볼 수 있다.

국내에 제대로 알려진 적 없는 화가들의 이야기들이 여럿 수록된 것도 책의 매력 중 하나다. 조지아의 국민 화가이자 인기 가요 ‘백만 송이 장미’ 가사의 모티브가 된 니코 피로스마니, 스페인의 노예였지만 자신의 능력과 의지로 자유인 화가가 된 후안 데 파레하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해외 미술사학자들의 책과 논문, 세계 각지 미술관의 최신 전시 카탈로그 등을 통해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최대한 수집했다”고 했다.

11월 말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경제신문이 여는 특별전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더욱 흥미로울 만한 책이다. 전시장에서 만날 주요 예술가들의 숨은 이야기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어서다. 책에서 처음 공개되는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삶과 작품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비롯해 오스카 코코슈카, 리하르트 게르스틀 등 유럽에는 잘 알려졌지만 국내 인지도는 높지 않은 이번 전시 주요 작가들의 삶도 자세히 서술돼 있다. ‘한경arte 시리즈’로 출간된 이 책은 서울 지역 서점에선 주말부터, 이외 지역 서점에서도 며칠 내로 만나 볼 수 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