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왼쪽)과 디미타르 글라브체프 불가리아 총리가 코즐로두이 대형 원전 설계 계약을 맺은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건설 제공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왼쪽)과 디미타르 글라브체프 불가리아 총리가 코즐로두이 대형 원전 설계 계약을 맺은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 원전 설계를 수주하며 15년 만에 해외 원전 사업을 재개했다. 총사업비는 20조원으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액과 비슷한 규모다.

현대건설은 4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의 국무회의 청사에서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 NB)와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 공사의 설계 계약’을 맺었다고 5일 밝혔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수행한다.

이 사업은 소피아에서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최종 계약을 앞둔 체코 원전(28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사업지가 될 전망이다.

올해 1단계 설계에 들어가고 2단계인 설계·조달·시공(EPC) 본계약은 내년 말께 체결한다. 원전은 사업의 특수성 때문에 설계 회사가 본계약까지 맡는 게 일반적이다. 2035년 준공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로 국내 기업의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UAE·체코 이어 초대형 수주…K원전, 또 '수출 신화' 썼다

현대건설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 번째로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은 건 기업의 축적된 원전 노하우와 원자력 생태계 복원 정책이 시너지를 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초 한국수력원자력이 본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되는 체코 원전(28조원)과 함께 세계 원전 역사에 남을 초대형 프로젝트를 또다시 한국 기업이 맡게 된 것이다.

불가리아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코즐로두이 원전은 1974년 상업운전이 시작된 불가리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다. 노후화된 1~4호기는 폐쇄됐고, 러시아에서 개발된 가압경수로형 모델 5·6호기가 가동 중이다. 이번에 건설할 7·8호기에는 웨스팅하우스의 미국형 대형 원전 모델 AP1000 노형이 적용된다.

현대건설은 BOP(에너지 전달에 필요한 원자력발전소의 모든 지원 구성 요소와 보조 시스템) 및 사업지 인프라 설계, 인허가 지원 등을 담당한다. 공사 기간은 사업 착수일로부터 12개월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 공사 입찰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 중 유일하게 까다로운 사전 요건을 모두 충족하며 입찰 자격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했다. 9월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신뢰를 다졌다.

현대건설은 이날 소피아 오브차 쿠펠에서 ‘현대건설 불가리아 오피스 개소식’을 개최했다. 현대건설 불가리아 오피스는 소피아 지사와 현장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는 거점으로서 긴밀한 현지 커뮤니케이션과 원활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마련됐다.

현대건설은 최다 원전 건설과 해외 첫 원전 수출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톱티어 원전 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원전 해체,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원자력 전 분야에 걸쳐 관리 체계를 갖췄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현대건설만의 창의와 도전 DNA로, 글로벌 1위 ‘원전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