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의 모습. 엔씨소프트 제공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의 모습.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3분기 예상 밖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4분기에도 적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6일 실적을 분석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상당수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 5일 장 초반 급락세를 보였던 주가도 낙폭을 만회하고 상승 전환해 마감됐다. 컨퍼런스콜을 통해 밝힌 체질 개선 계획이 호응을 얻은 덕이다.

5일 엔씨소프트는 전 거래일보다 1.59% 오른 2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엔 낙폭이 5.69%까지 커지기도 했지만, 빠르게 낙폭을 줄여 상승 전환했다.

개장 직후 급락한 주 요인은 증권가 예상을 밑돈 3분기 실적이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 영업손실 143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 직전 집계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79억원 흑자였다.

마케팅비가 수익성을 악화시킨 주범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M’ 신규 서버 및 신작 게임 ‘호연’의 출시 여파로 마케팅비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 487억원의 마케팅비를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75.9%, 직전분기 대비로는 180% 증가한 수준이다. 막대한 마케팅비를 지출했지만, 호연은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엔씨소프트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9억원 적자다. 업계 일각에선 영업적자 추정치로 458억원(대신증권)과 426억원(키움증권)이 제시되기도 했다.

실적 추정치는 하향됐지만, 목표주가는 오히려 상향됐다. 대신증권(19만원→20만원), 상상인증권(24만원→26만원), 삼성증권(24만원→27만원), 미래에셋증권(19만원→25만원), 흥국증권(25만원→27만원), SK증권(22만원→26만원), 교보증권(20만원→25만5000원) 등 7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렸다. 모두 엔씨소프트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흑자에서 적자로 꺾었지만, 주가 전망은 밝게 한 증권사들이다.

엔씨소프트가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체질 개선 추진을 높게 평가한 결과다.

엔씨소프트는 컨퍼런스콜에서 스튜디오 분사, 희망퇴직, 배틀크러시를 비롯한 6개 프로젝트를 맡은 비효율 사업부 해체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희망퇴직은 올해 4분기 안에 마무리해 현재 4000명대 중반인 인력을 3000명대 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적자로 내려 잡은 배경이다. 희망퇴직에 따른 위로금 지출이 커지기 때문이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개발 부문을 분리해 개발 역량 강화, 퀄리티 개선. 의사결정 간소화에 따른 출시 일정 준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당분간은 위로금, 퇴직금 등이 발생해 눈에 띄는 비용 개선은 보기 어렵겠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비용 효율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가 추진하는 구조 개혁의 성과를 확인한 뒤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 개혁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시장에서 엔씨소프트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변화 의지가 성과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당장은 출시가 임박한 신작들의 성과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작년 이후 출시한 다중접속역할분담게임(MMORPG) 이외 장르의 신작들은 엔씨소프트라는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TL'의 글로벌 히트는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TL 하나만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출시할 신작들의 성과가 더해져야 주가를 끌어 올릴 만큼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택탄', '아이온2', 중국에서 '리니지2M', 'LLL' 등 무게감 있는 신작들을 다수 출시할 예정이다. 최 연구원은 “대부분 플레이어 간 대결(PVP) 요소가 있어 높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자랑하는 장르들”이라고 기대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