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치고 40% 상승 가능"…알짜 주도주, 내년에도 달린다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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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 /이시은 기자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 /이시은 기자
“바뀔까 말까가 아닙니다. 이미 위치가 역전된 것이죠.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삼성전자와 6개월 정도의 기술격차를 유지할 것입니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SK하이닉스 주가는 최대 40% 상승 여력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가치투자 명가’ VIP자산운용의 2003년 창립 초기 멤버 출신으로, 이곳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하며 ‘키맨’으로 불린 인물이다. 2019년 트러스톤멀티자산운용을 인수, 르네상스자산운용으로 새단장하고 국내 주식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전자·장비 공급사 주가, 상승폭 제한

이 대표는 국내 주식 시장이 ‘적응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투자심리 개선이 머지 않은 셈이다. 그는 “예를 들어 유가가 1300원에서 1600원이 되면 소비가 위축되지만, 1600원인 상태가 1년이 지나면 사람들이 ‘원래 유가는 이 정도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며 “코스피지수에 악재가 반영된 상태로 시간이 흘러, 이윽고 바닥 다지기가 끝나가는 상태”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관세 문제 등으로 증시 침체가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에도 “정책에서 100을 말하고 40만 실행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미리 불안해하지 말고, 기업들 실적이 차츰 풀릴 내년 상반기 반등장을 기다리라는 조언이다.

국내 증시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주식으로 SK하이닉스를 꼽았다. “반도체 부문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른다는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SK하이닉스 의존도가 큰 엔비디아는 지속해서 공급처 다변화를 도모하겠지만, 삼성전자가 기술격차를 단기간에 좁힐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란 지적이다. 내년 상반기 증시 수급 개선이 이뤄진다면,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은 10%에서 20% 사이, 6만원대 유지로 내다봤다. 하지만 SK하이닉는 최대 상승률이 40%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상반기 주가 흐름을 함께해 온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사들에 대해선 “SK하이닉스와 벤더(공급업체) 간 발주·납품처 다변화 시도가 있을 것”이라며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 6월 고점 대비 49% 하락한 상태다.

전력기기와 화장품 관련주도 다시 주목할 때라고 했다. 모두 상반기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업종이지만, 지난 7월부터 주가가 정체된 곳들이 많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일시적 현상일 뿐, 곧 실적으로 증명될 분야”라고 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력기기 업종을 대표하는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은 내년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올해 대비 9~40% 상승할 전망이다. 변압기 수요는 미국을 중심을 계속 늘 것이란 분석이다. 화장품 관련주에서도 미국향 제조자개발생산(ODM)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중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미국의 중저가·인디 브랜드 확산 기조에 올라탈 수 있는 상장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코스닥시장의 씨앤씨인터내셔널 코스메카코리아 잉글우드랩이 이 같은 분류에 속한다.

"韓 증시는 강북 아파트…공부한 만큼 성과"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 /이시은 기자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 /이시은 기자
최근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미국 투자에 골몰하는 풍토에 대해선 “추가 수익 기회를 놓치는 선택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 증시는 강남 아파트, 국내 증시는 강북 아파트로 비유할 수 있다”며 “강남과는 달리, 강북은 어떤 지역과 개발 호재를 간파하느냐에 따라서 수익 편차가 큰 곳”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트렌드와 소비 심리를 파악하며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미국 회사를 대상으로는 할 수 없는 이점이라는 설명이다.

적절한 포트폴리오 배분은 두 시장에서의 수익률을 적절히 취하는 방법이다. 이상적인 비중은 금융자산에서 60%를 주식에 투자하고 40%를 국내 주식, 20%를 미국 주식에 배분하라는 조언이다. 다만 국내 개별 종목에 대해선 좀 더 면밀히 학습하고 파악하라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최근 삼성전자가 저렴하다며 매수한 개인투자자 중 정말 이 회사가 HBM과 D램 산업에서 어떤 어려움에 부닥치게 됐고, 전망은 어떻게 흘러갈지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20%도 안 될 것”이라며 “최소한의 관심과 분석도 없이 투자하면 큰 손해를 보는 것이 국내 증시”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