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반값 예산'으로 양조위 두기봉도 모셔가는 도쿄국제영화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제37회 도쿄국제영화제]
37th TIFF
2024년 10월 28일 – 11월 6일
고전을 묵묵히 발굴하고 조명하는 도쿄국제영화제
올해 개막작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11 Rebels>
새롭게 등장한 섹션 - [Women’s Empowerment]
주목할 만한 작품 <불 타는 몸의 기억>
37th TIFF
2024년 10월 28일 – 11월 6일
고전을 묵묵히 발굴하고 조명하는 도쿄국제영화제
올해 개막작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11 Rebels>
새롭게 등장한 섹션 - [Women’s Empowerment]
주목할 만한 작품 <불 타는 몸의 기억>
[제37회 도쿄국제영화제 |Tokyo International Film Festival|레드카펫]
지난 28일, 제37회 도쿄국제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올해의 개막작은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11 레벨스>가 상영되었다. 2009년에 데뷔한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은 <이름 없는 새>, <고독한 늑대의 피> 시리즈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메이저 감독이다. <11 레벨스>는 시대극으로 에도 막부 시대를 배경으로 보신 전쟁 중에 자살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11명의 사무라이 이야기를 다룬다. 주로 메이저 상업영화, 혹은 화제성을 가진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는 도쿄국제영화제의 경향으로 볼 때 올해 개막작의 선택 역시 이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영화제에서는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영화 '11 Rebels' 예고편]
11월 6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10개의 섹션 – 국제 경쟁, 갈라 셀렉션, 월드 포커스, 니폰 시네마 나우, 애니메이션, 재패니스 클래식, 청소년, TIFF Series, Women's Empowerment 를 통해 총 110편의 영화가 공개된다. 영화를 초청, 상영하는 비경쟁 포맷의 부산국제영화제와는 달리, 도쿄국제영화제는 경쟁 영화제이다.
말하자면 공모를 통해 제출된 영화들은 영화제에서 1차 심사 과정을 거쳐 국제 경쟁 섹션을 통해 공개되는 것이다. 이 섹션에 선정된 15편의 영화들은 심사위원들이 선정하는 ‘그랑프리,’ 그리고 관객들이 선정하는 관객상 등을 위한 또 한 번의 경쟁을 치다. 올해 경쟁 섹션의 심사를 맡을 위원들로는 홍콩 배우 양조위, 두기봉 감독 그리고 헝가리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일디코 에녜디 감독 등이 참여했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서는 새로운 섹션이 눈에 띈다. 바로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들을 큐레이션한 Women’s Empowerment 섹션이다. 한국의 영화산업도 그러하지만, 그보다 훨씬 성 불균형이 극심한 일본 영화 산업에서 여성 감독이나 여성 창작자가 참여한 ‘여성 영화’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올해 영화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여성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여성의 관점을 조명하는 중요한 영화적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코스타리카 출신의 여성 감독, 안토넬라 수다사시 퍼니스의 <불 타는 몸의 기억> (Memories of a Burning Body) 은 세 명의 60, 70대 여성들의 삶과 기억, 그리고 육체를 시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영화 '불 타는 몸의 기억' 예고편]
유일한 일본 작품인 <닥터 X>는 2012년에 시작된 시리즈로 여성 의사, ‘다이몬 미치코’를 중심으로 하는 메디컬 드라마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닥터 X’는 지난 10여년간 7개의 시즌이 방영되었고 높은 시청률로 장수한 드라마다. [영화 '닥터-X' 예고편]
또한 올해의 특별 상영으로 일본 영화의 거장, 마스무라 야스조의 작품들이 관객을 만난다. 영화평론가 출신의 마스무라 감독은 일본 다이에이 스튜디오의 50~60년대 황금기를 대표했던 감독이다. 그는 일본의 사회적 모순을 지독히 탐미적이면서도 기괴한 영상으로 그려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아내 3부작 <아내는 고백한다>, <세이사쿠의 아내>, <하나오카 세이슈의 아내>’ 중 한 편인 <세이사쿠의 아내>와 <붉은 천사>, <나카노 스파이 학교> 총 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특히 <세이사쿠의 아내>는 아내 3부작 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다. 영화는 러일전쟁을 배경으로 농촌에 사는 세이사쿠와 그의 아내, 오카네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마스무라 특유의 서스펜스와 러브 스토리가 독특하고도 심오한 방식으로 혼재하는 멜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올해 도쿄국제영화제는 공식 섹션에 더해 ‘구로사와 아키라가 사랑한 영화들,’ ‘홍금보의 마스터 클래스’ 등 동아시아 영화사에서 거목으로 기록되는 영화인들을 조명하는 크고 작은 행사를 기획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상영작이 300여편 이상, 그리고 예산이 120억 정도인 것에 비해 도쿄국제영화제는 분명 작은 영화제지만 (예산 약 70억원) 작은 스케일 안에서 내실 있는 영화들을 꾸려 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부산에서 OTT 드라마들과 관련 행사로 잠식된 부국제와 비교해서 볼 만한 지점이기도 하다. 주목할 만한 영화와 고전을 묵묵히 발굴하고 조명하는 도쿄국제영화제를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지난 28일, 제37회 도쿄국제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올해의 개막작은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11 레벨스>가 상영되었다. 2009년에 데뷔한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은 <이름 없는 새>, <고독한 늑대의 피> 시리즈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메이저 감독이다. <11 레벨스>는 시대극으로 에도 막부 시대를 배경으로 보신 전쟁 중에 자살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11명의 사무라이 이야기를 다룬다. 주로 메이저 상업영화, 혹은 화제성을 가진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는 도쿄국제영화제의 경향으로 볼 때 올해 개막작의 선택 역시 이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영화제에서는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영화 '11 Rebels' 예고편]
11월 6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10개의 섹션 – 국제 경쟁, 갈라 셀렉션, 월드 포커스, 니폰 시네마 나우, 애니메이션, 재패니스 클래식, 청소년, TIFF Series, Women's Empowerment 를 통해 총 110편의 영화가 공개된다. 영화를 초청, 상영하는 비경쟁 포맷의 부산국제영화제와는 달리, 도쿄국제영화제는 경쟁 영화제이다.
말하자면 공모를 통해 제출된 영화들은 영화제에서 1차 심사 과정을 거쳐 국제 경쟁 섹션을 통해 공개되는 것이다. 이 섹션에 선정된 15편의 영화들은 심사위원들이 선정하는 ‘그랑프리,’ 그리고 관객들이 선정하는 관객상 등을 위한 또 한 번의 경쟁을 치다. 올해 경쟁 섹션의 심사를 맡을 위원들로는 홍콩 배우 양조위, 두기봉 감독 그리고 헝가리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일디코 에녜디 감독 등이 참여했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서는 새로운 섹션이 눈에 띈다. 바로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들을 큐레이션한 Women’s Empowerment 섹션이다. 한국의 영화산업도 그러하지만, 그보다 훨씬 성 불균형이 극심한 일본 영화 산업에서 여성 감독이나 여성 창작자가 참여한 ‘여성 영화’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올해 영화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여성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여성의 관점을 조명하는 중요한 영화적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코스타리카 출신의 여성 감독, 안토넬라 수다사시 퍼니스의 <불 타는 몸의 기억> (Memories of a Burning Body) 은 세 명의 60, 70대 여성들의 삶과 기억, 그리고 육체를 시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영화 '불 타는 몸의 기억' 예고편]
유일한 일본 작품인 <닥터 X>는 2012년에 시작된 시리즈로 여성 의사, ‘다이몬 미치코’를 중심으로 하는 메디컬 드라마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닥터 X’는 지난 10여년간 7개의 시즌이 방영되었고 높은 시청률로 장수한 드라마다. [영화 '닥터-X' 예고편]
또한 올해의 특별 상영으로 일본 영화의 거장, 마스무라 야스조의 작품들이 관객을 만난다. 영화평론가 출신의 마스무라 감독은 일본 다이에이 스튜디오의 50~60년대 황금기를 대표했던 감독이다. 그는 일본의 사회적 모순을 지독히 탐미적이면서도 기괴한 영상으로 그려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아내 3부작 <아내는 고백한다>, <세이사쿠의 아내>, <하나오카 세이슈의 아내>’ 중 한 편인 <세이사쿠의 아내>와 <붉은 천사>, <나카노 스파이 학교> 총 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특히 <세이사쿠의 아내>는 아내 3부작 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다. 영화는 러일전쟁을 배경으로 농촌에 사는 세이사쿠와 그의 아내, 오카네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마스무라 특유의 서스펜스와 러브 스토리가 독특하고도 심오한 방식으로 혼재하는 멜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올해 도쿄국제영화제는 공식 섹션에 더해 ‘구로사와 아키라가 사랑한 영화들,’ ‘홍금보의 마스터 클래스’ 등 동아시아 영화사에서 거목으로 기록되는 영화인들을 조명하는 크고 작은 행사를 기획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상영작이 300여편 이상, 그리고 예산이 120억 정도인 것에 비해 도쿄국제영화제는 분명 작은 영화제지만 (예산 약 70억원) 작은 스케일 안에서 내실 있는 영화들을 꾸려 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부산에서 OTT 드라마들과 관련 행사로 잠식된 부국제와 비교해서 볼 만한 지점이기도 하다. 주목할 만한 영화와 고전을 묵묵히 발굴하고 조명하는 도쿄국제영화제를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