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여의도동 FKI빌딩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지배구조 규제 강화,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서 김경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제공
6일 서울 여의도동 FKI빌딩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지배구조 규제 강화,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서 김경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여기 계신 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코스닥 상장 주식을 장기보유 하시겠습니까?"(진성훈 코스닥협회 그룹장)

6일 서울 여의도동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지배구조 규제 강화,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상법 개정안이 기업 활동을 저해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법무법인 광장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세미나는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을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이 근본적으로 모호해 소수 주주 이익 보호라는 입법 목표 이상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의 이익'에서 '주주의 이익'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주주의 이익이란 개념이 불명확한데, 이사가 형사 책임까지 지는 리스크에 노출되면 기업 활동을 되레 저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주주의 이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 때문에 이사가 개별 경영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과감히 할 수 있을지 실무상 우려가 크다"며 "배임으로 인한 형사책임을 져가면서까지 구조조정이나 자본거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했다. 그러면서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개정해야 한다면 경영진 보호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 1인만을 분리 선출하나, 개정안은 전원을 분리 선출한다. 김태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대규모 상장회사는 과반이 사외이사인데, 대주주 경영권이 취약해지고 공격 대상으로 노출될 위험이 높다"며 "기업이 성장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피터 팬 증후군'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도 개정안의 악영향을 우려했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사 충실의무의 확대는 시장에 '대주주를 없애라'는 메시지를 주는 셈"이라 했다. 그는 구글·엔비디아 등 대주주를 둔 해외 주요 빅테크 기업을 예로 들며 "주주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회사가 돈을 더 벌게 만들 인센티브를 가진 것은 대주주뿐"이라며 "경영학에서는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의 단기적인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성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지배구조 관련 법은 지난 20년간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주가는 한국 기업의 성장성에서 비롯하는데, 법 개정이 성장성에 활로를 열어줄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라 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그룹장은 "주식 소각이나 배당은 일회적인 주가 상승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게 전반적인 인식"이라며 "개정안으로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는 힘들 것"이라 내다봤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