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공인회계사 적정 선발인원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공인회계사 적정 선발인원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공인회계사(CPA) 시험 최종합격자 중 수습기관을 찾지 못한 이른바 '미지정회계사'들이 속출하자 회계업계에서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감축 압박에 본격 나서는 분위기다. 회계업계의 인력 수요 둔화를 고려해 CPA 합격자 최소선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6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한공회는 한국회계학회, 회계정책연구원과 함께 지난 5일 '공인회계사 적정선발인원에 관한 연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공회에 따르면 공인회계사 25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8%가 향후 5년간 연간 공인회계사 적정 선발인원이 올해(1250명)에 비해 최소 10% 이상 줄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5%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연간 선발인원이 850명을 밑돌아야 적정 수준이라고 답했다. 기존 최소선발인원 대비 연간 400명은 감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응답자의 37%는 850~1000명을 적정 수준으로 답했다.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안진 등 4대 대형회계법인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서도 기존 대비 선발인원 규모가 줄어야 한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들 '빅4' 회계법인의 채용담당 파트너들은 적정 선발인원을 1000~1100명선으로 답했다. 빅4의 예상 채용인원에다 이른바 '로컬' 중견·중소회계법인 채용인원 등을 더한 예상 규모라는 설명이다.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황병찬 청년공인회계사회장, 현지원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 최아름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등 연구진은 통계 모형 분석 결과 회계업계의 인력 수급 측면을 고려한 내년 공인회계사 적정 선발 인원이 836~1083명이라는 자체 연구결과를 밝혔다. 연구진들은 회계·감사시장 성장률, 회계법인 채용규모, 공인회계사 시험 응시인원 등을 기반으로 이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최대치 기준으로도 기존보다는 최소 167명가량이 적다.

이날 행사에서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과 김갑순 한국회계학회장은 각각 인사말을 통해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회계업계는 대규모 인력 수급 미스매치를 겪고 있다. 회계법인들의 인력 수요는 예년 대비 둔화했지만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최소인원이 꾸준히 늘어난 영향이다.

올해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은 1250명으로 작년(1100명)에 비해 150명 늘었다. 이중 '빅4'는 파트타임 회계사까지 합쳐서 약 840명을 채용했다. 빅4 채용인원과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간 격차가 400명 이상으로 벌어진 것은 지난 10년 내 올해가 처음이다.

일부 미지정회계사들은 금융감독당국 등에 대한 규탄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지정회계사들은 금융감독당국이 업계 수요와는 관계없이 회계사 선발 인원을 무작정 늘렸다며 선발 인원 전면 재검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공회에 따르면 이날 세미나 현장 인근에서도 트럭 시위가 열렸다.

금융감독당국은 회계업계 등과 논의해 내년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하한선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공인회계사 합격 최소인원은 공인회계사 자격제도 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