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찰' 노릇에 지친 민심…결국 경제가 갈랐다 [2024 美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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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대선에서 미국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굳힌 주요 의제는 ‘경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출구조사 결과에서 유권자들이 고려한 양대 의제가 민주주의와 경제로 나타나면서다.
5일(현지시간) NBC방송과 에디슨리서치의 합동 출구조사 응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로 ‘민주주의’와 ‘경제’를 꼽은 비율은 각각 35%, 31%로 집계됐다. 낙태(14%), 이민(11%)이 그 뒤를 이었다. BBC는 “경제는 2008년 이후 치러진 모든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록에서 1위를 차지했다”며 “경제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힐 만큼 오차 범위 내에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비자는 가격 변화보다 가격 수준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오르며 인플레이션은 다소 냉각됐지만, 식료품과 주택과 같은 주요 필수재 비용은 몇 년 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미국 재정정보 웹사이트인 너드월렛에 따르면 미국 내 식료품 가격은 2019년 이후 28% 올랐다. 주택 가격 중간값은 2020년 초 이래 약 50% 올랐다고 NPR은 전했다. 팬데믹 시기 공급망 위기, 원자재 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크게 오른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서 가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의 주요 지표가 연착륙을 가리키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권자 개인이 경제가 악화했다고 응답하는 이유다.
이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민심을 돌아서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45%에 이르는 유권자가 4년 전보다 개인의 재정 상태가 더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NBC방송은 이는 200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4년 전보다 지금이 더 재정적으로 나아졌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25%에 불과했다. CBS는 “현재 유권자들이 국가 경제를 미국이 팬데믹에 시달리던 2020년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CBS방송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가장 중요한 이슈로 경제(51%)를 꼽았고, 이민(20%)은 2위였다. 이어 민주주의(12%), 낙태(6%), 외교정책(4%)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들은 민주주의(56%)를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그다음은 낙태(21%), 경제(13%), 외교정책(3%), 이민(2%)으로 집계됐다.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적극적으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지난 2월 응답률(20%)보다는 응답률이 높아졌지만, 미국인들은 전반적으로 미군이 전투에 더 직접 개입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퓨리서치 센터는 분석했다.
양측 간 갈등에서 미국이 사소한 역할을 맡길 바란다고 응답한 비율은 37%로 가장 높았고, 확신이 없거나 어떤 역할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모두 19%로 나타났다. 미군이 전투에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비율은 40%로 집계됐다.
또한 유권자 10명 중 1명이 중요하다고 답한 이민 문제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응답률이 89%에 달할 정도로 트럼프 지지자들의 주요 결집 요인이 됐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부 지역에서 밀수, 마약 등의 국경 안보 관련 문제가 주요 우려사항으로 부상하면서다.
포린어페어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한 2022년에 무단 국경 통과 건수는 22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텍사스, 캘리포니아와 같은 접경 지역 뿐만 아니라 뉴욕과 같은 도시에도 문제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5일 투표 현장에서 만난 트럼프 지지자들은 ‘불법 이민 방지’가 공화당을 지지한 가장 큰 이유라 답했다고 보도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5일(현지시간) NBC방송과 에디슨리서치의 합동 출구조사 응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로 ‘민주주의’와 ‘경제’를 꼽은 비율은 각각 35%, 31%로 집계됐다. 낙태(14%), 이민(11%)이 그 뒤를 이었다. BBC는 “경제는 2008년 이후 치러진 모든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록에서 1위를 차지했다”며 “경제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힐 만큼 오차 범위 내에 있다”고 전했다.
美 유권자들 "부자 나라, 가난한 개인"
이번 대선에서 경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른 데에는 국가 경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악화한 영향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3명 중 2명 이상은 국가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3분의 1만이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미국 유권자들이 경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현상에 대해 “미국의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 주요 경제 지표가 개선되며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유권자 개인이 체감하는 경기는 사뭇 다르다”고 분석했다.뉴욕타임스(NYT)는 ”소비자는 가격 변화보다 가격 수준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오르며 인플레이션은 다소 냉각됐지만, 식료품과 주택과 같은 주요 필수재 비용은 몇 년 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미국 재정정보 웹사이트인 너드월렛에 따르면 미국 내 식료품 가격은 2019년 이후 28% 올랐다. 주택 가격 중간값은 2020년 초 이래 약 50% 올랐다고 NPR은 전했다. 팬데믹 시기 공급망 위기, 원자재 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크게 오른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서 가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의 주요 지표가 연착륙을 가리키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권자 개인이 경제가 악화했다고 응답하는 이유다.
이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민심을 돌아서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45%에 이르는 유권자가 4년 전보다 개인의 재정 상태가 더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NBC방송은 이는 200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4년 전보다 지금이 더 재정적으로 나아졌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25%에 불과했다. CBS는 “현재 유권자들이 국가 경제를 미국이 팬데믹에 시달리던 2020년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CBS방송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가장 중요한 이슈로 경제(51%)를 꼽았고, 이민(20%)은 2위였다. 이어 민주주의(12%), 낙태(6%), 외교정책(4%)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들은 민주주의(56%)를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그다음은 낙태(21%), 경제(13%), 외교정책(3%), 이민(2%)으로 집계됐다.
"세계 경찰은 이제 그만"…美 경제·이민 우선 요구
미국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차기 미국 대통령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기보다는 자국 경제 및 이민 문제를 우선하길 바란 것으로 보인다. NBC 출구조사에서 제시된 5가지 주요 의제 중 외교정책을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퓨리서치 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적극적으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지난 2월 응답률(20%)보다는 응답률이 높아졌지만, 미국인들은 전반적으로 미군이 전투에 더 직접 개입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퓨리서치 센터는 분석했다.
양측 간 갈등에서 미국이 사소한 역할을 맡길 바란다고 응답한 비율은 37%로 가장 높았고, 확신이 없거나 어떤 역할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모두 19%로 나타났다. 미군이 전투에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비율은 40%로 집계됐다.
또한 유권자 10명 중 1명이 중요하다고 답한 이민 문제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응답률이 89%에 달할 정도로 트럼프 지지자들의 주요 결집 요인이 됐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부 지역에서 밀수, 마약 등의 국경 안보 관련 문제가 주요 우려사항으로 부상하면서다.
포린어페어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한 2022년에 무단 국경 통과 건수는 22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텍사스, 캘리포니아와 같은 접경 지역 뿐만 아니라 뉴욕과 같은 도시에도 문제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5일 투표 현장에서 만난 트럼프 지지자들은 ‘불법 이민 방지’가 공화당을 지지한 가장 큰 이유라 답했다고 보도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