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일 분당차병원 교수 "담도암 환자 돕는 소화기 스텐트 개발"
“막힌 담도를 뚫는 기존 스텐트 기능을 보완한 새 제품으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시판 허가를 받았습니다. 3~4년 안에 녹는 스텐트까지 개발하는 게 목표입니다.”

권창일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는 6일 “세계 처음으로 음식물 역류 문제를 해소한 꺾이는 담도 스텐트 상용화에 성공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스텐트는 몸속 막힌 관에 가는 철망 등을 넣어 넓혀주는 치료재료다. 권 교수는 국내 스텐트 개발기업 엠아이텍과 함께 기존 일자형 스텐트 한계를 보완한 꺾이는 담도 스텐트를 개발했다.

음식을 섭취한 뒤 간에서 소화에 필요한 담즙(쓸개즙)을 만들면 담도를 통해 장으로 보낸다. 암 등이 생겨 담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면 스텐트를 넣어 넓혀줘야 한다. 이전에 활용한 스텐트는 일자 빨대처럼 생겼다.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은 환자에게 시술하면 장에 있던 음식이 담도를 타고 거꾸로 역류하는 게 문제였다. 새로 만든 스텐트는 꺾이는 빨대처럼 스텐트 하단부가 자유롭게 구부러진다. 담도와 장이 이어지는 부분에서 꺾여 음식물 역류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스텐트 시술을 주로 하던 권 교수가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은 2018년께다. 제품 상용화까지 6년이 걸렸다.

이번에 허가받은 제품을 활용해 분당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7곳에서 추가 연구에 들어간다. 음식물이 자주 역류하던 환자를 대상으로 꺾이는 스텐트가 이런 부작용을 얼마나 오랫동안 막아주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효과를 입증하면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권 교수는 예상했다.

권 교수는 특허만 6개 보유한 의사과학자다. 대학병원 교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평생 특허를 10개만 내고 정년을 맞자’고 결심했다. 그에게 진료받는 환자뿐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에게도 보탬이 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다.

다음 목표는 담도를 충분히 넓힌 뒤 녹아 사라지는 스텐트 개발이다. 스텐트 제거 시술의 불편이 없는 데다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까지 넣을 수 있어 염증 발생을 줄여준다. 권 교수는 “내년 중반께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내시경 시술은 물론 간 이식을 많이 하는 외과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간 이식 수술을 할 땐 기증한 간과 환자 간의 담도를 연결한다. 국내에선 이식 환자의 70% 정도가 연결 부분 협착을 호소한다. 수술할 때 녹는 스텐트를 넣으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권 교수는 “담도는 내시경이 들어갈 수 있는 가장 가는 관”이라며 “담도 스텐트만 상용화하면 식도나 위, 대장 스텐트 등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