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7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7대 경합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앞서며 예상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선거 막판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탄 해리스 부통령은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재선이 확실시됨에 따라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질서 재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와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트럼프는 보편적 관세라는 명목으로 모든 수입 제품에 10~20% 관세를, 중국산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취임 첫날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전기차 판매 의무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정책 지속성이 불확실해지면서 어제 한국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종목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격랑이 예상된다. 동맹을 중시해온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맹과도 거래가 우선이라며 우리를 압박해올 공산이 크다. 이미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부자 나라)이라고 부르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한 북한과 위험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수차례 떠벌려 온 것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담판에 나서 한반도뿐 아니라 국제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핵 동결을 대가로 대북 제재를 풀어주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트럼프의 재등판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거센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는 두 개의 전쟁 속에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안정을 함께 겪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치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적 안정 속에서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고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것만이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