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물가를 결정하는 주요 농산물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김장대란’을 부른 배추·무 등의 가격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작년보다 비싸다. 파프리카, 양배추 등도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재배지 면적 50년來 최소…1년새 123% 뛴 무
6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 KAPI를 구성하는 22개 품목 중 16개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뛴 건 무였다. 무 도매가는 ㎏당 758원으로 1년 전보다 123.58% 급등했다. 1주일 전과 비교해도 10.8% 비싸다.

최근 배추값이 뛰면서 대체재인 무 수요가 높아진 데다 이상기후로 재배지가 줄어든 영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가을 무 재배 면적은 5003㏊(헥타르·1㏊는 1만㎡)로 작년보다 19.4% 감소했다. 197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면적이다. 배추 도매가는 ㎏당 776원으로 1주일 전보다 12.26% 하락하긴 했지만 1년 전에 비해선 여전히 31.97% 높다.

배추와 무뿐만이 아니다. 파프리카(79.28%), 양배추(74.75%), 상추(75.36%)도 일제히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양배추와 상추는 주산지의 기상 악화로 공급량은 줄었는데 김장 대체재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뛰었다”며 “파프리카도 생육이 더뎌지고 있다”고 했다. 파프리카는 온실에서 대규모로 생산하는데, 전기료·인건비 등 비용이 치솟아 공급량이 줄어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비해 생산량이 비교적 안정적인 대파(-37.4%), 포도(-28.3%) 등은 작년보다 가격이 낮아졌다. 포도 가격 하락은 샤인머스캣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포도 재배 면적에서 샤인머스캣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달했다. 2~3년 전부터 당도가 높은 샤인머스캣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농가들이 너도나도 재배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공급 대비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