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4년 만에 상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했다.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의원 선거를 모두 거머쥐는 ‘트리플 크라운’까지 전망된다. 정책 입법부터 예산안 심사·승인까지 막대한 권한을 가진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하면 차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국정 주도권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이어 상원도 휩쓴 공화당…'감세·이민 차단' 탄력받는다

○상원 100석 중 최소 51석 확보

6일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전체 100석 중 네브래스카,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주 등에서 승리하며 최소 51석을 확보했다. 오하이오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인 버니 모레노가 민주당 후보인 셰러드 브라운 의원(3선)을 꺾고 당선을 확정했다. 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인 짐 저스티스 주지사가 민주당 후보인 글렌 엘리엇을 물리치며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의 상원의원 자리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이날 오전 1시 기준 민주당은 42석을 확보했다.

2년 전 중간선거 이후 상원은 민주당이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4명과 함께 51석을 차지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해 왔다. 내년 1월부터는 상원 다수당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뀐다. 임기 6년인 상원의원은 임기 2년인 하원의원과 달리 모든 의원을 한꺼번에 선출하지 않고 2년마다 3분의 1씩 뽑는다. 이번에는 34석을 두고 두 당이 경합했다.

공화당이 현재 의석 수를 유지하면서 2석만 더 확보하면 다수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웨스트버지니아는 애초 민주당 소속이던 조 맨친 의원이 조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은 뒤 탈당하고 정계에서 은퇴했다. 이 자리를 공화당의 저스티스 주지사가 차지했다. 웨스트버지니아는 미국의 대표적 석탄산업 중심지다. 주민 상당수가 탈화석연료를 추구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이라 공화당이 우세했다는 평가다.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 오하이오에서도 모레노 공화당 후보가 3선 상원의원인 브라운 민주당 후보를 4%포인트 차로 꺾었다.

공화당은 현역 지역구 방어에서도 선전했다.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의 거센 도전을 받은 텍사스와 네브래스카에서 공화당 후보인 테드 크루즈, 데브 피셔 상원의원이 각각 당선됐다.

의석이 50개 주에 2석씩 배정돼 총 100석인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자 인준과 외국과의 조약을 승인하는 권한 등을 갖고 있다. 하원에서 가결된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안도 부결할 수 있다.

○“분점 정부보다 지출 늘어날 것”

임기 2년의 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뽑는 하원은 아직 양당 중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날 오전 1시 기준 민주당이 160석, 공화당이 186석을 확보했다. 경합으로 평가받는 25석의 향배에 다수당이 갈릴 것이란 평가다. 218석 이상을 확보해야 과반 다수당이 된다. 하원은 공석 3석을 제외하고 공화당이 220석, 민주당이 212석으로 공화당이 소폭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선거 통계 사이트 270투윈은 전체 의석 중 민주당 210석, 공화당 225석을 예측했다. 20석 안팎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간한 미국 대선 보고서에서 “특정 정당이 의회를 싹쓸이하면 분점 정부일 때보다 더 빠르고 오래 지속되는 재정정책의 변화가 나타난다”며 “분점 정부 때보다 지출이 늘어나는데 공화당 정부는 국방 지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