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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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을 상대로 한 76억원 규모의 신형 호위함 전투체계 원가 분쟁 2심에서 승소했다. 1심에서는 장비 견적 확인 미흡을 이유로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국가계약법상 원가계산 책임은 방사청에 있다'는 논리로 전략을 수정해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6-2민사부(강경표 이경훈 김제욱 부장판사) 한화오션이 대한민국(방사청)을 상대로 낸 물품대금 소송에서 지난달 23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화오션은 1심에서 82억원을 걸고 소송을 내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76억원을 인정받았다.

견적에 빠진 적외선 장비... 계약 수정 막혀

한화오션은 방사청과 2013년 12월 신형 호위함(울산급) 1번함 건조 계약을 맺고 함정을 납품했다. 다만 1번함에 실릴 전투체계는 당시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전투체계란 지휘 및 무장통제체계·레이더·추적 장비 등을 총괄하는 자동화체계를 말한다. 방사청은 개발을 맡은 A사로부터 장비를 직접 구매해 한화오션에 제공했다.

이후 A사 전투체계가 운용시험평가를 통과하자 한화오션 스스로 전투체계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한화오션은 A사로부터 받은 견적을 토대로 2016년 7월 방사청에 원가자료를 제출했고, 같은 해 10월 2번함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A사 견적에서 적외선 탐지 장치 비용이 누락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다.

한화오션은 "2번함 계약에 적외선 장치 비용 및 관리비·이윤 등 80억여원이 추가돼야 한다"며 2016년 11월부터 2019년까지 여러 차례 방사청에 수정계약을 요청했으나, 방사청은 "귀책 사유가 (방사청에) 없어 계약을 수정할 의무가 없다"며 2019년 10월 끝내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양측은 2021년 2월 수정계약을 맺으면서 적외선 장치 비용은 소송으로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의 모습. 사진=임형택 기자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의 모습. 사진=임형택 기자

로펌 바꾸고 역전승... "방사청, 견적가 확인했어야"


한화오션은 이듬해 2월 김·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해 소송을 냈다. 방사청이 소통 과정에서 원가를 반영한 수정계약 체결을 약속했고, 양측 모두 적외선 장치가 반영된 것으로 오해해 계약을 맺은 점을 문제 삼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약 당시 양 당사자가 착오가 있는 경우, 계약 내용은 착오가 없었을 경우로 당사자의 의사를 가정해 해석할 수 있다.

1심을 맡은 중앙지법은 지난해 10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방사청 입장에서는 수정계약 체결을 검토해보겠다는 정도고, A사 견적서에 빠진 내용을 방사청이 알 수는 없다"며 "2번함 계약 공고문에는 장비 목록을 반드시 열람하라고 기재됐다"고 했다.

1심에서 패소한 한화오션은 법무법인 율촌으로 로펌을 교체하고 2라운드에 들어갔다. 1심 주장에 더해 국가계약법상 국가가 원가계산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는 한편, 청구 금액도 82억원에서 76억원으로 줄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화오션이 낸 견적 자료는 원가계산을 위한 참고 자료일 뿐"이라며 "방사청은 견적가격이 적정한지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지만 A사를 상대로 가격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한화오션 손을 들어줬다. 또 "전투체계는 고가의 장비고, 양측이 계약 당시 견적가가 반영되지 않았던 점을 알았다면 이를 반영했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7일 현재 양측은 대법원 상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2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유사한 원가 분쟁에서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가계약은 대금 규모가 커 적정한 원가 산정이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며 "계약 당사자의 귀책을 따지는데 유의미한 사례가 될 것"이라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