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앤드 굿바이 페리… '프렌즈'의 챈들러가 남긴 자서전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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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페리 처음이자 마지막 자서전
지난해 10월 급성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
어린 시절 결핍과 약물 중독 고백
자신과 비슷한 중독자 돕기로 결심
지난해 10월 급성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
어린 시절 결핍과 약물 중독 고백
자신과 비슷한 중독자 돕기로 결심
지난해 10월 28일, 전세계적 인기 시트콤 '프렌즈'에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챈들러 빙'을 연기한 스타 매튜 페리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 약물 부작용. 54세의 이른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은 동료 배우들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친구와 연인, 그리고 무시무시한 그것>은 페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자서전이다. 어린 시절의 결핍부터 프렌즈에 캐스팅돼 인기와 부를 누리기까지 크고 작은 일을 비롯해 술과 약물에 중독된 과정 등이 솔직하게 고백돼 있다.
페리가 태어나고 9개월 쯤 됐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했다. 다섯살 때 아빠를 만나기 위해 혼자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한 기억은 평생 그를 옭아맸다. 당시 '동반자 없는 어린이'란 명찰을 달고 기댈 어른 없이 흔들리는 비행기를 탄 외로움과 막막함, 불안은 어른이 돼서까지 페리를 괴롭혔다. 자신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엔 충분하지 않은 존재라고, 누구든 언제라도 자신을 버리고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페리가 택한 건 유명해지는 것이었다. 1994년, 페리는 시트콤 프렌즈에 캐스팅된다. 시트콤은 방영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페리는 부와 명예, 인기를 거머쥐었다. 일주일에 백만 달러를 벌고 훌륭한 전망을 가진 멋진 집에 살며, 아름다운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페리가 느끼는 외로움과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홀로 밤을 지샐 생각을 하면 무서웠다. 아무것도 그를 구원해주지 못했다. 오직 술과 알약만이 그의 기분을 잠시나마 달래줬다. 술과 약에 중독돼 살아가다가 2018년, 페리는 생사를 오고가는 경험을 한다. 급성 폐렴에 이어 결장이 파열되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일곱 시간의 대수술 후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한동안 생명 연장 장치와 장루 주머니를 달고 생활해야 했다.
이 모든 일을 겪고 살아남은 사실은 페리에게 깨달음을 하나 남긴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으며 술과 약물로부터 절박하게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들을 돕기로 다짐한다. 그는 자서전에서 "나처럼 모든 정보를 섭렵했으며 어떤 결과가 닥칠지 알고 있는데도 여전히 술을 끊지 못해 혼란스러운 이가 있을까봐 이 글을 쓴다"며 "형제자매여,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썼다.
세계적인 스타가 자신의 가장 밑바닥까지 가감 없이 고백했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용기와 감동을 준다. 페리는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함께 손을 잡고 고통에서 벗어나자고.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친구와 연인, 그리고 무시무시한 그것>은 페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자서전이다. 어린 시절의 결핍부터 프렌즈에 캐스팅돼 인기와 부를 누리기까지 크고 작은 일을 비롯해 술과 약물에 중독된 과정 등이 솔직하게 고백돼 있다.
페리가 태어나고 9개월 쯤 됐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했다. 다섯살 때 아빠를 만나기 위해 혼자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한 기억은 평생 그를 옭아맸다. 당시 '동반자 없는 어린이'란 명찰을 달고 기댈 어른 없이 흔들리는 비행기를 탄 외로움과 막막함, 불안은 어른이 돼서까지 페리를 괴롭혔다. 자신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엔 충분하지 않은 존재라고, 누구든 언제라도 자신을 버리고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페리가 택한 건 유명해지는 것이었다. 1994년, 페리는 시트콤 프렌즈에 캐스팅된다. 시트콤은 방영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페리는 부와 명예, 인기를 거머쥐었다. 일주일에 백만 달러를 벌고 훌륭한 전망을 가진 멋진 집에 살며, 아름다운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페리가 느끼는 외로움과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홀로 밤을 지샐 생각을 하면 무서웠다. 아무것도 그를 구원해주지 못했다. 오직 술과 알약만이 그의 기분을 잠시나마 달래줬다. 술과 약에 중독돼 살아가다가 2018년, 페리는 생사를 오고가는 경험을 한다. 급성 폐렴에 이어 결장이 파열되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일곱 시간의 대수술 후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한동안 생명 연장 장치와 장루 주머니를 달고 생활해야 했다.
이 모든 일을 겪고 살아남은 사실은 페리에게 깨달음을 하나 남긴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으며 술과 약물로부터 절박하게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들을 돕기로 다짐한다. 그는 자서전에서 "나처럼 모든 정보를 섭렵했으며 어떤 결과가 닥칠지 알고 있는데도 여전히 술을 끊지 못해 혼란스러운 이가 있을까봐 이 글을 쓴다"며 "형제자매여,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썼다.
세계적인 스타가 자신의 가장 밑바닥까지 가감 없이 고백했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용기와 감동을 준다. 페리는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함께 손을 잡고 고통에서 벗어나자고.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