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연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머리를 숙이고, 임기 후반기 국정과제와 쇄신 방안 등을 설명했다. 140분 동안 각본 없이 26개 질문을 소화하며 끝장 토론을 벌인 것은 민심 이반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근본은 제 불찰” “부덕의 소치” “무조건 잘못” 등 수차례 사과의 뜻을 밝히고 더 조심하겠다고 했다. “박절하지 못했다” 등 이전의 짧은 사과 표현에 비해 더 명징해졌다. 꼭 필요한 외교 행사 외엔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도 약속했다. 각론에선 아쉬운 점도 있다. 김 여사의 공천·인사 개입 논란에 대해 “선거 승리를 위한 아내의 조언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는 것은 과하다”고 한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침소봉대, 악마화한 것도 있다”고 했는데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다만 “도움 받으면 인연을 못 끊는 성격” 등 해명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바람에 사과의 진정성을 약화시켰다. “앞으로 부부 싸움을 좀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있다.

김 여사를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장을 발령 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김 여사 문제가 더 이상 국정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김 여사 특검법에는 야당이 특검을 결정하고, 검찰에서 이미 수도 없이 조사했다며 ‘정치 선동’이라고 했는데, 틀렸다고 볼 수 없다. 대통령 친인척 등 비리를 감시할 특별감찰관에 대해선 여야가 후보를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한 만큼 정치권은 서둘러야 한다.

여당 대표가 요구한 인적 개편과 관련해선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갔다”며 시기는 예산 국회와 미국 새 정부 출범 등을 감안할 것이라고 했다. 임기 후반기 국정은 더 복습할 기회가 없다. 국내외 난제를 극복하고 국정 개혁 과제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능력이 발탁 1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데 대해 “수치가 다는 아니다”고 했지만, 민심은 국정의 버팀목인 만큼 가족의 일로 더는 이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