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현대백화점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10월 중순까지 이어진 늦더위에 가을옷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백화점들은 가을옷 장사를 일찌감치 접고 단가와 마진이 높은 겨울옷 판매를 늘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4분기는 백화점의 연간 실적을 좌우하는 기간인 만큼 크리스마스 테마 공간 등을 활용해 오프라인 점포로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늦더위에 운 백화점, 겨울 패션에 사활 건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백화점 매출(별도 기준)이 7553억원으로 전년 동기(7615억원) 대비 0.8% 감소했다고 7일 밝혔다. 영업이익도 769억원에서 707억원으로 1년 새 8% 줄었다. 같은 날 발표한 현대백화점의 매출·영업이익(별도 기준)도 모두 감소했다. 매출은 5683억원, 영업익은 71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와 11% 줄었다.

백화점 실적이 일제히 악화한 건 날씨와 관련이 있다. 이상 고온으로 올해 유난히 여름이 길어지면서 가을 패션 수요가 쪼그라든 것이다. 백화점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패션 부문이 흔들리며 전체 실적이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좋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여성 정장(-9%), 여성 캐주얼(-3.4%), 남성 의류(-8.2%), 아동 스포츠(-1.8%) 등 전반적인 패션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꺾였다.

올겨울 역대급 한파가 예고된 만큼 백화점들은 4분기를 반등의 기회로 보고 있다. 외투, 니트 등 단가가 높은 패션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 4분기는 백화점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주요 백화점에선 겨울 패션 판촉 행사가 한창이다. 180개 브랜드가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 행사를 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11월 이른 추위가 찾아오면서 이달 1~5일 패션 상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며 “겨울 패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3사가 이달부터 크리스마스트리와 초대형 미디어쇼 등 크리스마스 테마 공간을 일제히 공개한 것도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들여 연계 구매를 늘리기 위해서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연출은 모객 및 매출 증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의도 더현대서울이 꾸민 크리스마스 공간에는 한 달간 약 50만 명이 방문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인 21만 명이 더현대서울을 처음 방문한 고객이었다는 게 현대백화점 측 설명이다. 행사 기간에 외국인 매출도 크게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11, 12월 더현대서울 외국인 매출이 각각 915.7%와 866.3%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소공동 본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공개한 롯데백화점은 이달 20일부터 잠실 롯데월드몰 야외에서 초대형 크리스마스마켓을 운영한다. 작년보다 행사 규모를 확대했다. 올해는 타임빌라스 수원에서도 크리스마스마켓을 동시에 열기로 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