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국내 철강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강산업은 트럼프가 미국 산업 부흥을 위해 관세장벽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트럼프노믹스’의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국내 철강기업은 트럼프가 추가 관세 조치를 예고한 중국 내 생산기지를 대폭 정리하는 동시에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철강기업은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관세장벽과 쿼터 축소 여부 등에 촉각을 세우고 대응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기습 부과해 국내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안겼다.

한국은 관세를 피했지만 2018년부터 수출 물량을 자발적으로 줄이는 ‘쿼터 부과국’으로 분류됐다. 2015~2017년 연평균 철강 수출량의 약 70%를 수출 최대 물량으로 적용받아 약 268만t만 수출이 가능하다. 정부와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에 재협상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맞이한 트럼프 2기에선 철강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보다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기간에 철강산업에서 강력한 반중국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자신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중국산 철강 수입품에 60% 이상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전면적으로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이 부과할 고율 관세의 유탄이 튈지 모른다는 판단에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생산기지를 하나씩 정리하는 동시에 ‘보릿고개’를 버티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 장자강포항불수강의 매각을 결정했고, 현대제철은 지난해 중국 법인인 현대스틸베이징프로세스와 충칭 내 자산을 매각했다.

두 회사는 현금 확보에도 매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파푸아뉴기니 중유발전 법인과 해외 저수익 법인 등 비주력 자산을 매각해 6254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차준호/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