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7일 오후 3시 13분

포스코그룹이 1997년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현지에 세운 스테인리스강 공장을 매각한다. 한국 연간 스테인리스강 생산량(200만t)의 절반이 넘는 11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이다. 중국 정부가 ‘철강 자립화’를 추진해 공급 과잉에 내몰리자 정리에 나선 것이다. ‘적자 사업 매각’을 공언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사업 재편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독] 포스코 '中 공략 전초기지' 결국 판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중국 합작법인인 장자강포항불수강(PZSS)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투자자 접촉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국내 대형 회계법인 한 곳을 매각 주관사로 정했다. 매각 가격은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전체 지분 매각이 어려우면 50%만 판 뒤 공동 경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차이나는 이 회사 지분을 82.53% 들고 있다. 나머지는 중국 2위 철강회사인 사강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가 장자강포항불수강 매각에 나선 것은 지난해 영업적자 1698억원을 내는 등 수익성이 악화돼서다. 포스코 해외법인 38곳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을 냈다. 공급 과잉과 중국 경기 둔화로 건설 자재 등에 주로 쓰이는 스테인리스강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매각 결정을 내리는 데 한몫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중국 43개 업체의 스테인리스강 생산량은 2821만t으로 소비량(2417만t)보다 15% 많았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중국 철강업체의 실력이 좋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장자강포항불수강이 밀리는 형국”이라며 “이런 상황을 역전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매각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은/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