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대표의 기업 인수 기준 "사업 모델보다 경영진" [서평]
사모펀드는 적대적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고, 기업 인수 후에는 사람을 왕창 자른 뒤 알짜배기 사업을 팔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사모펀드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사모펀드 투자와 경영의 비밀>은 그렇게 말한다. 책을 쓴 김태엽은 사모펀드 운영사 어펄마캐피탈 한국 대표다.

책에는 솔직한 사모펀드 업계 얘기가 담겼다. 어떻게 하면 사모펀드 운용사에 입사할 수 있는지부터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방법, 신사업 추진, 기존 사업 정리, 인재 영입, 무능하고 부패한 인사의 손절 방법 등을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풀어낸다.

어떤 직업이든 실상은 겉보기와 다를 때가 많다. 사모펀드도 마찬가지다. 명품 정장을 입고 멋지게 꾸며진 사무실에 출근해 컴퓨터 화면 속 숫자를 분석하며 일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만 해선 좋은 거래를 따올 수 없다. 기업 대표에게 ‘형님’ 하며 넙죽 엎드려야 하기도 하고, 몇 개월을 쫓아다니는 끈기도 있어야 한다.

기업을 인수해도 끝이 아니다. 보통 남들 눈에도 좋아 보이는 기업은 비싸기 때문에, 남들이 잘 못 보는 장점을 찾아 기업을 인수해야 하는데, 그런 기업은 체질을 개선해 기업 가치를 올려놔야 매각해 차익을 거둘 수 있다. 그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일은 상당한 수고가 필요하다.

사모펀드에 관한 책은 여러 권 있다. 그 가운데서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솔직함이다. 사모펀드 업계에서 오랫동안 구른 저자는 ‘아재 개그’와 함께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실패담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가 성장 정체에 빠진 기업을 인수한 일이 있었다. 창업주 회장도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창업주는 소수 지분을 유지한 채 뒤로 물러나기로 해서 젊고 유능한 대표를 외부에서 데려와 앉혔는데, 창업주가 자꾸 회사 경영에 간섭해 곤욕을 치른 일이 있었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들며 회사를 고르는 기준에 있어 좋은 사업 모델보다 좋은 경영진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모펀드 대표의 기업 인수 기준 "사업 모델보다 경영진" [서평]
기업 경영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기 때문에, 누군가 조직의 수장을 10년 이상 유지했다면 내부 조직이 정치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러면 현장의 실상이 회장이나 오너에게 제대로 보고 되지 않을 수 있다. 회장은 조직의 허리를 담당하는 과·차장과 직접 만나 맥주 타임을 가져보기도 하고, 물어볼 사람이 정 없다면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계정을 하나 파서라도 동정을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또 직원 보상에 인색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주인 아닌 사람에게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좋은 인재들에게 회사 지분의 0.5~5%를 주고 회사 가치가 10% 오른다면 남는 장사라고 설명한다.

사모펀드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 많다. 저자의 쉬운 설명 덕분에 일반 독자들도 읽어볼만하다. 성장성이 떨어진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갖기 위해선 ‘메기’ 같은 사모펀드가 필요하다. 사모펀드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많은 사람이 알 필요가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