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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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도 미국에 대한 투자계획이 변함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틀 전 상무부와의 반도체법 보조금 협정을 매듭지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만 투자계획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애플과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둔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총 650억달러(약 90조1500억원)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 3곳을 짓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라 TSMC에 총 116억달러(약 15조7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66억달러를 직접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고 50억달러 규모의 저리 대출도 제공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며 TSMC를 비롯한 해외 반도체 업체들의 대미 투자에도 적신호가 켜졌지만, TSMC는 미국 상무부와 구속력 있는 반도체 보조금 및 대출 협상을 완료하면서 우려를 던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6일 TSMC의 협상 완료 소식을 보도하며 TSMC가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에 집권하기 전 서둘러 협상을 마쳤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훔치고 있다고 비난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정한 칩스법을 “너무 나쁜 거래”라고 말하며 적대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상무부는 칩스법에 따라 390억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생산 보조금 중 90% 이상을 배정했지만, 보조금 지원을 확정지은 사례는 단 한 건밖에 없다. 지난 9월 상무부가 폴라반도체에 1억2300만달러(약 1700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20개의 회사는 여전히 상무부와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