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착시효과'가 키우는 통계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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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고용은 핵심 국가통계
1%대 물가·역대급 고용지표
체감경기와 적잖은 괴리
착시효과도 통계 불신 키워
통계 보정·개편 서두르고
통계조작 시도는 엄단해야
강경민 경제부 차장
1%대 물가·역대급 고용지표
체감경기와 적잖은 괴리
착시효과도 통계 불신 키워
통계 보정·개편 서두르고
통계조작 시도는 엄단해야
강경민 경제부 차장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자서전에서 19세기 영국 총리였던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명언을 인용했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Lies, damned lies, and statistics).” 디즈레일리가 실제로 이런 얘기를 남겼는지 ‘통계적으로’ 100%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지금도 통계의 착시효과를 지적할 때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통계 자체는 과학이다. 특정 현상(現象)을 한눈에 숫자로 알아보기 쉽도록 검증된 조사 방식을 통해 산출한 데이터다. 특히 국가 통계는 합리적 정책 수립 및 효과 분석을 위해 필수적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이 정확한 통계 작성을 위해 청(廳) 단위 기관인 통계청을 별도로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계의 영어 표현인 ‘statistics’ 어원이 라틴어의 ‘국가’(status)에서 유래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자어로 統計(통계)를 ‘통치(統治)를 위한 계산(計算)’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독재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통계청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통계 조작이나 부실한 통계가 그릇된 경기 판단으로 이어지면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통계 역량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부실한 경제 통계 정보가 눈앞까지 다가온 외환위기를 예상조차 못 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의 통계 역량은 세계에서 매우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통계 인프라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의 지원 요청도 끊이지 않는다. 다만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통계에서 비롯되는 착시효과가 존재한다. 착시효과는 체감경기와의 괴리를 낳는다. 이렇다 보니 통계 오독(誤讀)이나 ‘짜맞추기 해석’도 뒤따른다.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지만, 국가 정책의 출발점이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통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표적 사례가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와 고용지표다. 물가·고용은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보면 한국은 목표 관리치(2%)를 밑도는 1.3%(지난달 기준)의 물가상승률을 앞세워 ‘슈퍼 고용 호황’을 질주하는 나라다. 문제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자가주택에서 거주하면서 발생하는 주거 비용)가 빠진 채 전·월세 임차료만 포함되면서 체감물가와 적잖은 괴리를 보인다는 점이다. 자가주거비가 빠져 있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집값 상승기에 물가 상승률을 일부 낮추게 하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집값 상승에 따른 물가의 과도한 변동을 의식해 자가주거비 도입을 주저한 것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절반인 19개국이 자가주거비를 물가 주지표로 활용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고용 통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취업률과 실업률은 각각 63.3%와 2.1%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역대 최고치와 최저치였다. 숫자만 보면 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대 고용 호황이다. 통상 고용지표는 경기 후행지표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도 고용지표를 앞세워 경기 낙관론을 펼쳤다. 다만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고령 취업자 증가가 고용률 상승을 이끌었다는 대목은 가려져 있다. 비경제활동인구여서 실업자로 간주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의 급증 역시 역대급 고용지표에 가려진 착시효과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가르는 ‘주당 1시간 이상 일했는지 여부’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권고한 국제 기준인 것은 맞다. 다만 우리와 달리 미국에선 실업자 기준을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엄격하게 분류한다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통계와 체감경기와의 괴리가 계속되면 통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진다. 현실에 맞춘 품목 가중치 조정 등 보정 작업과 함께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필요하다.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의 시계열 비교가 어려워진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정치적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소득·고용통계 조작 시도는 정상적인 보정 작업까지 의심받는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해 9월 감사원 중간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전 정부 인사 11명은 ‘직권남용 및 통계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통계를 조작하려고 한 시도는 국가 정책을 뒤흔든 ‘국정농단’과 다름없는 행위다. 통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 사건이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결코 잊히면 안 되는 이유다.
통계 자체는 과학이다. 특정 현상(現象)을 한눈에 숫자로 알아보기 쉽도록 검증된 조사 방식을 통해 산출한 데이터다. 특히 국가 통계는 합리적 정책 수립 및 효과 분석을 위해 필수적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이 정확한 통계 작성을 위해 청(廳) 단위 기관인 통계청을 별도로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계의 영어 표현인 ‘statistics’ 어원이 라틴어의 ‘국가’(status)에서 유래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자어로 統計(통계)를 ‘통치(統治)를 위한 계산(計算)’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독재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통계청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통계 조작이나 부실한 통계가 그릇된 경기 판단으로 이어지면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통계 역량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부실한 경제 통계 정보가 눈앞까지 다가온 외환위기를 예상조차 못 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의 통계 역량은 세계에서 매우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통계 인프라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의 지원 요청도 끊이지 않는다. 다만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통계에서 비롯되는 착시효과가 존재한다. 착시효과는 체감경기와의 괴리를 낳는다. 이렇다 보니 통계 오독(誤讀)이나 ‘짜맞추기 해석’도 뒤따른다.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지만, 국가 정책의 출발점이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통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표적 사례가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와 고용지표다. 물가·고용은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보면 한국은 목표 관리치(2%)를 밑도는 1.3%(지난달 기준)의 물가상승률을 앞세워 ‘슈퍼 고용 호황’을 질주하는 나라다. 문제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자가주택에서 거주하면서 발생하는 주거 비용)가 빠진 채 전·월세 임차료만 포함되면서 체감물가와 적잖은 괴리를 보인다는 점이다. 자가주거비가 빠져 있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집값 상승기에 물가 상승률을 일부 낮추게 하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집값 상승에 따른 물가의 과도한 변동을 의식해 자가주거비 도입을 주저한 것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절반인 19개국이 자가주거비를 물가 주지표로 활용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고용 통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취업률과 실업률은 각각 63.3%와 2.1%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역대 최고치와 최저치였다. 숫자만 보면 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대 고용 호황이다. 통상 고용지표는 경기 후행지표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도 고용지표를 앞세워 경기 낙관론을 펼쳤다. 다만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고령 취업자 증가가 고용률 상승을 이끌었다는 대목은 가려져 있다. 비경제활동인구여서 실업자로 간주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의 급증 역시 역대급 고용지표에 가려진 착시효과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가르는 ‘주당 1시간 이상 일했는지 여부’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권고한 국제 기준인 것은 맞다. 다만 우리와 달리 미국에선 실업자 기준을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엄격하게 분류한다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통계와 체감경기와의 괴리가 계속되면 통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진다. 현실에 맞춘 품목 가중치 조정 등 보정 작업과 함께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필요하다.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의 시계열 비교가 어려워진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정치적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소득·고용통계 조작 시도는 정상적인 보정 작업까지 의심받는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해 9월 감사원 중간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전 정부 인사 11명은 ‘직권남용 및 통계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통계를 조작하려고 한 시도는 국가 정책을 뒤흔든 ‘국정농단’과 다름없는 행위다. 통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 사건이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결코 잊히면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