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번역은 뇌와 심장의 협동작업…AI가 따라 하기엔 역부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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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사람들 - 최성은 교수
![[책마을] "번역은 뇌와 심장의 협동작업…AI가 따라 하기엔 역부족이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411/AA.38588123.1.jpg)
국내 폴란드 문학 번역 1인자로 꼽히는 최성은 한국외국어대 교수(53·사진)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민음사 사옥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얼마 전 방한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으로부터 폴란드어와 폴란드 문학을 한국에 널리 알린 공로로 십자장교 공훈훈장을 받았다.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올가 토카르추크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이도 최 교수다. 그는 “토카르추크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들 중 하나”라며 “세상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가”라고 했다. 이어 “토카르추크는 특히 ‘단편의 장인’이라고 불릴 만큼 단편소설에서 그의 시적인 문체가 더욱 빛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토카르추크의 단편집 <기묘한 이야기들>을 번역했다.
폴란드어는 7개의 격(품사)과 3개 성(性)을 지녀 배우기 쉽지 않은 언어로 알려져 있다. 단어 하나가 나타내는 정보가 많다. 한국어로 풀어 설명하면 분량이 늘어날 정도다. 최 교수는 “같은 유럽 문화권이라면 문화와 용어가 비슷해 번역할 단어를 찾기 쉬운 편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번역하다가 중간에 늘 길을 잃고 헤매는 ‘의미의 회색지대’에 도착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럴 땐 나무 대신 숲을 본다고. 단어와 문장 하나에 천착하지 않고 작품 전체에 녹아 있는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낸다.
폴란드 문학은 막상 읽어 보면 익숙한 점이 많다고 한다. 최 교수는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독일과 러시아의 외침을 겪는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며 “문학에서도 굉장히 많은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가깝게 느껴지는 지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중심’이 세계적 트렌드인 만큼 폴란드어와 한국어 등 이른바 비주류 언어로 쓰여진 문학이 갈수록 주목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