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4.50~4.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9월 0.5%포인트 내린 데 이은 연속 금리 인하다. Fed의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취합한 점도표에서 올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종전 연 5.1%에서 연 4.4%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월가에선 Fed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며, 11월과 12월 각각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해왔다.

한 가지 변수는 Fed의 9월 ‘빅컷’을 정치 행위라고 공격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느냐 여부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Fed가 금리를 내려선 안 되며 자신이 재집권에 성공한 뒤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단기적으로 선거 결과가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물가, 고용 등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펼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재집권과 Fed의 추가 금리 인하라는 두 가지 변수를 동시에 안게 된 한국은행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Fed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기준금리 차가 줄어들어 한은이 금리를 내릴 여지는 커졌지만, 보편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기치를 더 높이 든 트럼프의 귀환으로 강달러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으로 한때 14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추가 금리 인하가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는 측면을 결코 작게 봐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3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예측한 0.5%에 턱없이 못 미치는 0.1%에 그쳤으며, 올 한 해 성장률도 한은 전망치(2.4%)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창용 한은 총재)이다. 반면 1%대의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안정세를 찾아가는 집값과 가계부채는 한은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여기에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수출 타격에 대비해 수출기업의 금융비용을 낮추고, 미국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비할 힘을 갖추려면 금리 수준 자체를 낮출 필요가 있다. 오는 28일 열리는 한은의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 회의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