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재 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 탈출을 서두르고 있다. 생산 비용이 저렴한 중국 공장에 생산을 의존한 미국 업체마저 ‘관세 폭탄’을 우려해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발 소매 업체인 스티브매든과 생활용품 그룹 처치&드와이트 등은 중국 내 생산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티브매든은 당초 내년 중국 생산을 10% 줄인다는 목표였는데 감소폭을 40%로 높였다. 처치&드와이트는 구강 관리 사업을 포함해 생산 시설 일부를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릭 디어커 처치&드와이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세 영향을 줄이기 위한 계획대로 조치했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재 업체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 관세 정책이 상품 가격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60% 이상, 다른 나라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관세 10~20%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미국 가전 업체 월풀은 관세가 인상되면 전자레인지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자레인지를 주로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어서다. 고양이 용품 업체인 오일드라이 최고경영자(CEO) 댄 야피도 중국산 실리카겔로 제조하는 고양이 모래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날 셰펑 주미중국대사는 관세 전쟁에 승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8일 주미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셰 대사는 전날 중국 상하이에서 미·중 무역 전국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중 수교 45주년 만찬 축사에서 “관세 전쟁, 무역 전쟁, 기술 전쟁, 산업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고 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