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트럼프 시대 브렌트유 6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 [오늘의유가]
2017년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인근 페름 분지에서 오일 펌프가 작동하고 있다. 로이터
2017년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인근 페름 분지에서 오일 펌프가 작동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발생한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서 국제 유가가 7일(현지시간) 소폭 상승했다. 허리케인 라파엘에 따른 공급량 축소도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보다 0.93% 상승한 배럴 당 72.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0.95% 상승한 75.63달러에 마감했다.
씨티 “트럼프 시대 브렌트유 6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 [오늘의유가]
이날 국제 유가는 달러가 소폭 약세로 돌아서면서 상승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지수는 103.42에서 105.09로 올랐으나, 이날 104.35로 다시 소폭 내렸다. 달러 강세는 달러로 매매하는 원유 가격을 높여 국제 원유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산유국 제재' 리스크도 유가 상승에 일부 반영됐다는 평가다. 앤드류 리포우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 사장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베네수엘라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유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걸프만을 위협하는 허리케인 라파엘 역시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날 미국안전환경집행국은 라파엘로 인해 이 지역 원유 생산량의 17%에 해당하는 시설이 가동 중단됐다고 밝혔으나, 이날 중단율은 22%로 올랐다. 걸프만 시추 플랫폼 371개 중 5%에 해당하는 17개 플랫폼이 대피해 하루 39만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이 중단됐다.

에너지 분석업체 어스사이언스어소시에이츠는 자체 모델을 통해 라파엘이 하루 약 310만~490만 배럴의 원유 생산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연 4.75%에서 연 4.5%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시장이 예상한 결정인 만큼 유가에 큰 영향은 없었다. 10월 중국 원유 수입이 9% 감소했다는 데이터가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한편 씨티그룹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내년 브렌트유가 배럴 당 60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회원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들의 원유 공급을 다시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석유·가스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 미국 국내 생산량도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선거 이전 내놓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는 이란 석유 공급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무역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국제 원유 수요·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