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페인/사진=AFP
리암 페인/사진=AFP
영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 원디렉션 출신 리엄 페인이 추락 전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아르헨티나 수사 당국은 마약 공급자 등 3명을 기소했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부검 결과 페인은 사망 직전 또는 적어도 사망하기 전 72시간 안에 코카인 및 처방받은 항우울제를 다량으로 복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구체적 사인을 '과다 출혈에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부연했다.

페인은 지난달 16일 부에노스아이레스 팔레르모 지역 카사수르 호텔 3층 객실에서 파티오(뜰)로 떨어져 숨졌다. 페인은 지난달 13일부터 해당 호텔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페인이 머물렀던 객실 내부에서는 향정신성 신경 안정제인 클로나제팜, 라이터, 위스키 등이 발견됐고, 경찰은 이를 수거해 갔다.

클로나제팜은 펜타닐, 졸피뎀 등과 함께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공황장애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지만, 약물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이 있어 전문 처방이 필요한 약품으로 꼽힌다. 고용량 또는 장기간 투여 시 갑자기 투약을 중단하면 불안, 불면, 환각 등의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투여를 중단할 때도 천천히 감량해야 하는 약물로 알려졌다.

또한 클로나제팜을 복용하면서 위스키와 같은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졸음과 어지러움 등 부작용이 심각해 약물 의존성이 심하고나 알코올 남용 환자에게는 투여하지 않는 약물이다.

페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알려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당시 그가 투숙했던 객실 내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사진에는 부서진 TV, 정체불명의 가루, 양초, 욕조에 버려진 알루미늄 포일 등 난장판이 된 모습이 담겨 마약 투약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어떤 종류의 자해, 또는 제삼자의 물리적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법의학적 소견이 있다"며 "사망자는 추락 당시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반사적 자세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당시 의식을 완전히 잃었거나 거의 잃은 상태였다는 것을 추론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페인에게 각각 2번에 걸쳐 마약을 건넨 혐의로 2명을 기소했다. 페인과 매일 동행한 다른 1명은 시신유기 등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현지 일간 라나시온은 유족의 요청에 따라 페인의 시신이 고국인 영국으로 운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페인은 영국 프로그램 '더 엑스 팩터'(The X Factor)를 통해 원디렉션 멤버로 2010년 데뷔했다. 당시 페인의 나이는 16세였다. 페인은 원디렉션의 노래를 직접 만들며 음악성을 인정받았고, 2015년 팀 활동을 중단한 후 2019년부터 솔로로 활약해 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