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100일 안에 감세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는 '속도전'에 나선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공화당 내 논의에 참여한 고위 로비스트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그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 세금 정책 추진과 관련해 "그냥 가자(Just go). 반창고를 확 떼어내고, 그냥 밀어붙여라(Plow it through)"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세금 정책을 조언하는 그로버 노퀴스트 조세 개혁을 위한 미국인 모임 회장은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이걸 위해 영원히 함께 일해왔다"라며 "아주 일찍 감세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2025년 만료되는 '감세와 일자리법(TCJA)'을 연장할 것으로 WP는 전망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의회가 통과시킨 TCJA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이 법안을 연장하고 법인세율은 15%로 더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또 공화당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인 초과근무수당, 사회보장급여, 팁 면세 법안 처리도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장부를 어떻게 맞추느냐다. 미국 초당파 싱크탱크인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 당선인의 모든 세금 공약을 실현할 경우 향후 10년간 9조1500억달러달러(약 1경2600조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은 2017년 TCJA를 처리할 때도 지출 감축 또는 세수 창출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마야 맥기니스 CRFB 회장은 "이는 위험할 정도로 무모한 짓이었다"라며 "우리의 재정 상황이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생각하면 지금은 훨씬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공화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예산을 깎아 5000억달러(약 690조원)가량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강경파는 "친성장 세금 정책이 매우 엄격한 방식으로 상쇄될 필요는 없다"며 2017년처럼 지출을 줄이지 않는 세금 감면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시간 8일 오전 9시 미국 상·하원 선거 결과. NYT
한국시간 8일 오전 9시 미국 상·하원 선거 결과. NYT
민주당의 반발도 예상된다. 법인세는 양당이 대선 과정에서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지점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법인세율을 28%로 올리겠다고 했다. 미 하원 세무위원장으로 유력한 제이슨 스미스 의원(공화당·미주리)은 지난 9월 "조정해야 할 다이얼이 많을 것"이라며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바늘에 실을 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화당은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공화당은 현재 과반인 53석을 확보해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막아설 수 있지만, 지출·세입·부채한도 관련 법안의 경우 '조정권'을 이용해 필리버스터를 피해 갈 수 있다는 게 공화당의 계산이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루이지애나)과 공화당 지도자들은 수개월 간 이러한 시나리오를 예행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