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앞둔 오페라의 유령... 사랑·욕망·복수심 가득한 "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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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의 음(音)미하다
뮤지컬의 정수(精髓)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런던 공연 리뷰
피에로 역에 흑인 성소수자로 과감한 캐스팅
뮤지컬의 정수(精髓)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런던 공연 리뷰
피에로 역에 흑인 성소수자로 과감한 캐스팅
뮤지컬 한 편이 쓴 경이로운 기록, All time BESTEADY!
1986년 10월 9일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위치한 여왕 폐하 극장(Her Majesty’s Theater)에서 초연된 날부터 현재까지 38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오페라의 유령’은 그 어떤 작품에도 극장을 내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2022년 9월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한 후 찰스 3세가 국왕이 되면서 국왕 폐하 극장(His Majesty’s Theater)으로 극장 명을 바꾸었을 뿐이다.
뮤지컬의 고향 런던에서 평균 예매율 91%라는 기록과 함께 미국, 일본, 호주, 심지어 한국 등 약 46개국에 수출되어 전 세계적으로 1억 6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고, 뮤지컬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인 약 70억 달러(약 9조 6200억원)를 기록한 작품! 바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경이로운 기록들이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에 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음악과 스토리라인, 리처드 스틸고(Richard Stilgoe)와 찰스 하트(Charles Hart)의 극 대본과 가사 그리고, 카메론 맥킨토시(Cameron Anthony Mackintosh)의 천재적인 프로듀싱으로 탄생한 걸작이다.
오리지널 <오페라의 유령>은 해롤드 프린스(Harold Prince)의 생동감 넘치는 연출 매뉴얼과 마리아 비욘슨(Maria Björnson)의 독창적인 무대의상 그리고, 뮤지컬 <캣츠>를 지휘했던 질리언 린(Gillian Lynne)의 안무가 결합한 완벽한 문화 패키지여서 세계 어디를 가도, 시간이 흘러도 재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수록된 음악들을 들어보면, 테마곡 <The Phantom Of The Opera>를 포함해 <Think of me>, <Music of the Night>, <All I Ask of You>,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 <Masquerade> 등 거의 모든 노래가 우리에게 친숙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시도한 음악 구성은 창의적이면서도 과감하다. 이는 메인 테마곡인 <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오페라를 결합 음악의 극적 효과를 나타내고, 팬텀과 크리스틴의 솔로 파트와 2중창 그리고 크리스틴의 최대 옥타브 미(E6)에서 화룡점정 하는 구성에서 잘 드러난다. 젊은 시절부터 웨버가 클래식, 팝, 오페라 등에서 각 장르의 장점만 골라내 자신만의 음악적 절충주의라는 과실을 거둔 것은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하다.
저렴해진 <오페라의 유령> 감흥과 감동은 명불허전
현재,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2021년에 수정한 것이다.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연주자를 27명에서 14명으로 줄였고, 대신 전자악기와 엔지니어의 의존도를 높였다. 1막과 2막을 활짝 열고, 멋들어지게 닫았던 붉은 퍼플 커튼도 패널로 대체했고, 천과 벽, 등불의 형태 등에 변화를 줬다. <오페라의 유령>의 상징인 샹들리에는 조금 더 괴기하면서, 화려한 모습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핵심 중 하나인 스케일을 축소한 것은 브렉시트 이후, 인건비와 고정비의 상승으로 전반적인 뮤지컬의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호된 코로나 시즌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있었다. 어찌 보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작품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니 한편 이해가 간다.
<오페라의 유령> 골수팬들 사이에서 현재 버전은 저렴해진 <오페라, 그리고 유령>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전 버전의 무대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작아진 것 말고는 초연부터 명맥을 이어온 극장 특유의 분위기나 극의 완성도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10월 11일 금요일 저녁. 런던은 때마침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기간이었고, 도시 곳곳이 예술행사로 가득했다. 그런데도, 이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은 전석 매진이었다. 뮤지컬의 상징인 샹들리에가 가림막으로 덮여 있었고, 공연장 어딘가에 음악 유령이 숨어있는 듯 묘한 분위기가 지배했다.
이날 무대에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로 큰 인기를 얻은 배우 딘 치스널(Dean Chisnall)이 팬텀으로 올랐고, 청아하고 섬세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의 이브 샤누 윌슨(Eve-Shanu Wilson)이 크리스틴으로 열연했다. 이날 공연의 압권은 칼롯타 역할의 조안나 엠필(Joanna Ampil)이었다. 뮤지컬 <캣츠>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던 조안나가 풍부한 성량과 흔들림 없는 노래로 몇 안 되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뮤지컬의 하이라이트인 <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팬텀과 크리스틴의 대면은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E6(4옥타브 미)까지 올라가는 두성과 중저음과 고음을 아우르는 팝 음악 창법을 동시에 구사해야 하는 크리스틴의 목소리가 천국으로 향할지 매번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게 되는데, 이날 공연에서 이브(Eve Shanu-Wilson)는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에 보내는 헌사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만의 음악적 절충주의가 아름다운 비극적 스토리를 만나면서,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관객들을 모아온 작품이다. 뮤지컬 특성상 공연에 등장하는 모든 곡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은 ‘음악이 중심에서 모든 극을 대변한다.’는 뮤지컬의 정수를 보여주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에 보내는 헌사 같은 작품이라 고유한 미학적 가치를 지닌다. 2026년 10월 9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40살 생일을 맞는다. 그날을 기념해 팬텀을 다시 만나게 되면 좋겠다. “Sing!”하고 외치는. [뮤지컬 <The Phantom Of The Opera> 中]
런던=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1986년 10월 9일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위치한 여왕 폐하 극장(Her Majesty’s Theater)에서 초연된 날부터 현재까지 38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오페라의 유령’은 그 어떤 작품에도 극장을 내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2022년 9월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한 후 찰스 3세가 국왕이 되면서 국왕 폐하 극장(His Majesty’s Theater)으로 극장 명을 바꾸었을 뿐이다.
뮤지컬의 고향 런던에서 평균 예매율 91%라는 기록과 함께 미국, 일본, 호주, 심지어 한국 등 약 46개국에 수출되어 전 세계적으로 1억 6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고, 뮤지컬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인 약 70억 달러(약 9조 6200억원)를 기록한 작품! 바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경이로운 기록들이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에 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음악과 스토리라인, 리처드 스틸고(Richard Stilgoe)와 찰스 하트(Charles Hart)의 극 대본과 가사 그리고, 카메론 맥킨토시(Cameron Anthony Mackintosh)의 천재적인 프로듀싱으로 탄생한 걸작이다.
오리지널 <오페라의 유령>은 해롤드 프린스(Harold Prince)의 생동감 넘치는 연출 매뉴얼과 마리아 비욘슨(Maria Björnson)의 독창적인 무대의상 그리고, 뮤지컬 <캣츠>를 지휘했던 질리언 린(Gillian Lynne)의 안무가 결합한 완벽한 문화 패키지여서 세계 어디를 가도, 시간이 흘러도 재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수록된 음악들을 들어보면, 테마곡 <The Phantom Of The Opera>를 포함해 <Think of me>, <Music of the Night>, <All I Ask of You>,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 <Masquerade> 등 거의 모든 노래가 우리에게 친숙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시도한 음악 구성은 창의적이면서도 과감하다. 이는 메인 테마곡인 <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오페라를 결합 음악의 극적 효과를 나타내고, 팬텀과 크리스틴의 솔로 파트와 2중창 그리고 크리스틴의 최대 옥타브 미(E6)에서 화룡점정 하는 구성에서 잘 드러난다. 젊은 시절부터 웨버가 클래식, 팝, 오페라 등에서 각 장르의 장점만 골라내 자신만의 음악적 절충주의라는 과실을 거둔 것은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하다.
저렴해진 <오페라의 유령> 감흥과 감동은 명불허전
현재,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2021년에 수정한 것이다.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연주자를 27명에서 14명으로 줄였고, 대신 전자악기와 엔지니어의 의존도를 높였다. 1막과 2막을 활짝 열고, 멋들어지게 닫았던 붉은 퍼플 커튼도 패널로 대체했고, 천과 벽, 등불의 형태 등에 변화를 줬다. <오페라의 유령>의 상징인 샹들리에는 조금 더 괴기하면서, 화려한 모습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핵심 중 하나인 스케일을 축소한 것은 브렉시트 이후, 인건비와 고정비의 상승으로 전반적인 뮤지컬의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호된 코로나 시즌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있었다. 어찌 보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작품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니 한편 이해가 간다.
<오페라의 유령> 골수팬들 사이에서 현재 버전은 저렴해진 <오페라, 그리고 유령>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전 버전의 무대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작아진 것 말고는 초연부터 명맥을 이어온 극장 특유의 분위기나 극의 완성도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10월 11일 금요일 저녁. 런던은 때마침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기간이었고, 도시 곳곳이 예술행사로 가득했다. 그런데도, 이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은 전석 매진이었다. 뮤지컬의 상징인 샹들리에가 가림막으로 덮여 있었고, 공연장 어딘가에 음악 유령이 숨어있는 듯 묘한 분위기가 지배했다.
이날 무대에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로 큰 인기를 얻은 배우 딘 치스널(Dean Chisnall)이 팬텀으로 올랐고, 청아하고 섬세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의 이브 샤누 윌슨(Eve-Shanu Wilson)이 크리스틴으로 열연했다. 이날 공연의 압권은 칼롯타 역할의 조안나 엠필(Joanna Ampil)이었다. 뮤지컬 <캣츠>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던 조안나가 풍부한 성량과 흔들림 없는 노래로 몇 안 되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뮤지컬의 하이라이트인 <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팬텀과 크리스틴의 대면은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E6(4옥타브 미)까지 올라가는 두성과 중저음과 고음을 아우르는 팝 음악 창법을 동시에 구사해야 하는 크리스틴의 목소리가 천국으로 향할지 매번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게 되는데, 이날 공연에서 이브(Eve Shanu-Wilson)는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에 보내는 헌사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만의 음악적 절충주의가 아름다운 비극적 스토리를 만나면서,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관객들을 모아온 작품이다. 뮤지컬 특성상 공연에 등장하는 모든 곡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은 ‘음악이 중심에서 모든 극을 대변한다.’는 뮤지컬의 정수를 보여주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에 보내는 헌사 같은 작품이라 고유한 미학적 가치를 지닌다. 2026년 10월 9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40살 생일을 맞는다. 그날을 기념해 팬텀을 다시 만나게 되면 좋겠다. “Sing!”하고 외치는. [뮤지컬 <The Phantom Of The Opera> 中]
런던=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